武内駿輔 [634206] · MS 2015 · 쪽지

2017-11-10 21: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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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수능날 끝까지 멘탈잡고 버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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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채 일주일도 안남아서 그런지, 응원글이나 팁 같은게 많이 보이네요. 

저도 뭔가 돕고 싶어서 글을 쓰려고 했는데, 막상 써보려니까 방탕한 삶을 즐기느라 두뇌가 포맷되어서 공부쪽으로는 조언해줄게 없습니다..... 


그래도 제가 작년에 봤던 수능떄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한 마디는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무조건 끝까지 버티세요. 중간에 스스로 무너지는 일 없이 수능을 끝까지 치루시길 바랍니다.


저는 작년에 수학을 보고나서 혼자 식당에서 울면서 삼수해야하나 생각하고 있었고, 지금 수능 포기하고 시험장을 뛰쳐나갈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수학을 푸는데 완전 엉망이였거든요.


30번을 과감하게 버리고 나머지 문제에 집중했는데 21,29번 킬러가 제대로 풀리지도 않고

마지막에 10분 정도 남았는데 검토하고 있던 3점 짜리에서 초보적인 계산 실수가 쏟아져나와서 다급하게 고치고, 멘탈은 흔들리고

결정적으로 종치기 전에 급하게 OMR 마킹하느라 답을 잘못 마킹하는 실수까지 저질렀던 겁니다.


OMR 마킹오류를 포함해서 틀린 문제들을 계산해보니까, 최악의 경우 현역때랑 똑같이 4등급이 나올수도 있어보이더라고요. 진짜 밥이 목을 넘어가는건지, 눈물이 목을 넘어가는건지 헷갈릴 정도로 울면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내가 올 한해 그리도 열심히 공부하고 문제 풀던게 다 허사가 되었구나, 날 믿고 응원한 학원 선생님들과 비싼 돈 들여가면서 1년의 기회를 주신 부모님 볼 면목이 없다, 이렇게 된다면 1년 또 해야하는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중에 가서는 차라리 시험포기 선언해버리고 중간에 뛰쳐나갈까 생각까지 했습니다. 지금 떠올려봐도 저 때 저는 바로 미쳐버리기 일보직전이였습니다. 감독관실에 숨어들어가서 OMR 카드를 수정해버릴까 같은 터무니없는 생각도 해서 밥을 먹고는 감독관실이 어디있는지 찾아보기도 했었죠. (물론 실제로 그런 짓을 했었다면 제가 이런 글을 쓰고 있었을리도 없지만) 


그러나 아무리 수학을 못봤다고 해도, 삼수확정 같아보여도, 시험을 중간에 내팽겨치고 도망친다는 건 여태까지 1년동안 내가 해온 노력에 대해서도, 날 믿고 응원해준 사람들에게도 도저히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결국 정신을 붙잡고 다시 자리에 앉아 수능을 끝까지 치뤘습니다. 




12월에 성적표를 받아보니까 수학이 96점이더라고요. 


잘 나와봐야 80점대 후반을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대체 이게 뭐지 하고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못 풀 것 같아 포기했던 30번 문제를 제외하고 다 맞았던 거였습니다. 


계산실수에 멘탈을 털던 3점짜리 문제들은 마지막에 다급하게 고친게 맞아떨어졌고

계산과정만 A4 1장 어치가 나와서 제대로 푼건지 끝까지 확신이 없던 21번, 29번 문제도 맞췄고

OMR 마킹을 잘못했구나 하고 틀린거라고 생각했던 문제는 알고보니까 잘못 마킹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게 제대로 마킹했었던 거였다는 개꿀잼몰카였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수능날 제 재수생활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원래 목표로 하던 대학보다 더 좋은 곳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해피엔딩이죠.

그치만 제가 수능날 중간에 포기했었다면. 제 점수는 96점이였는데 수학점수 망했다고 착각하고서 수능을 포기했었다면. 전 아마 지금쯤 재수학원에서 최종스퍼트를 달리고 있었을겁니다.


물론 저 같은 경우는 상당히 이질적인 케이스라고 보지만, 말하고 싶은 요점은 끝까지 정신 붙잡고 버텨달라는 겁니다. 최종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중간에 아 이건 글렀다하고 스스로 확정짓고 스스로 무너지는 건 굉장히 어리석은 일이라고 보거든요. 


결과는 수능성적표가 나오는 그 날까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수능날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버티세요. 그건 마치 애니메이션 첫 화만 보고 엔딩을 파악하겠다는거랑 똑같거든요.



p.s) 말주변 없고 뭔 소린지 모르겠는 글을 끝까지 봐주신 오르비언들에게 감사합니다. 부디 수능날 본인의 인생점수를 경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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