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peDiem♬♪ [252220] · MS 2008 · 쪽지

2011-08-27 02:5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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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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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나의 얘기는 나의 얘기가 아니다.


나의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솔직하게 떠벌리겠다.


물론 그 '나'라는 사람은 나의 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그의 이익을 위해서 약간의 숨김은 있겠지만,


적어도 거짓은 없을 것이다.


 


난 오늘도 친구와 놀러 갔다.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냈다.


 


사실 친구의 미래와 나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도서관을 가는 것이 맞을 것인데,


나의 쾌락만을 위해서 나만 아니였다면


열심히 공부했을 친구들을 꼬득였고,


결국 그들을 매일 쾌락의 웅덩이에 빠뜨렸다.


 


그런 내가 한심하다고 매일 반성하고 반성했지만,


눈 뜨면 그뿐, 다시 쾌락을 향한 나의 욕망은


나란 놈을 이미 뒤덮었다.


 


그래, 주변에서 보면 날 미친 놈이라 그러겠지


매일.... 밤에 이상한 글이나 싸지르고


막상 실천이라곤 하나도 안 하는 미친 놈이라 그러겠지.


 


매일 이렇게 보냈다.


후회와 쾌락의 균형점을 맞추지 못한 나는


그저 시소처럼 저기 여기 삐그덕대며


나 자신의 균형점을 옮겼을 뿐이다.


 


그러다 오늘 마지막 날


친구와 아쉬운 이별을 했다


그동안에 내가 그 친구의 미래를 망친 것을 아는지라


잘 가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었고


 


그걸 알면서도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추석 때도 다시 보고 놀자"라는 말뿐


 


그런데 실은 오늘 일이 더 있었다.


어머니께 전화가 왔었다.


"XX(제 이름)야 언제 집에 오냐"...라고


나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새벽 3시 전엔 들어간다"라고 답했고


어머니는...


"피곤할테니까 새벽 1시 전엔 들어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때...


아무 생각 없이, 내 모니터 앞에 놓여진 것들만 의식하며


어머니께 화를 냈다.


실은 후회스럽다. 다 나를 생각해서 말씀하신 거였는데...


그런데 쪽팔려서 어머니께 죄송하다는 말씀도 못 드리겠다.


 


나... 그런 놈이다.


말로는 아가페적 사랑이 넘치는,


 형이상학적인 세계를 외쳐대지만


그저 행동은 하나도 이루지 못하는... 그런 놈이다.


 


그런 자괴감에 빠지며 택시를 탔다.


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다....라고 생각하며...


 


뚜벅뚜벅 집에 걸어간다.


갑자기 내 걸어왔던 길들이 보고 싶다.


 


내 초등학교는 내 집에서 20분도 채 되지 않는다.


거기에 가는 길에 소주 한 병 사서 걸어갔다.


맨 정신에 사실 쪽팔렸다.


 


새벽 1시라는 이 야심한 시간에, 모교에 찾아가놓고 하는 짓이


고작 소주 한 병 사서 마시는 일이라니...


 


그런데 그런 자괴감보다는 내 감성에 치우친 행동이 더 강했다.


그저 개강이 얼마 안 남은 현실을 피하고 싶었다.


 


그래, 더 솔직히 말할게


그저 내게 주어진 짐들을 피하고 싶었다.


이 짐들은 주위에서 내게 지워준 짐이 아니다.


내가 철없을 때,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졌던 짐인데


그 짐이 내 등에서 떠나질 않고,


그 짐이 내 심장에서 떠나질 않고,


여전히 내 몸을 무겁게 만든다.


힘들다.


그저 내려놓고 싶다.


그런데 내려놓을 방법은 단 하나 뿐이다.


내 삶을 함께 내려놓는 방법 뿐.


 


그런데, 그렇게 살기에는


내 이제까지 살아왔던 시간들이


내 이제까지 살아왔던 노력들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런 안타까움을 인식하면서도 외면한체


나는 염치불구하고 내 모교를 찾았다.


거기서 소주 한 병의 뚜껑을 열었다.


 


한 번 입을 대었다.


쓰다....


안주 하나 없는 술은 정말이지 썼다.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꿋꿋히 반 병 쯤 마셨다.


 


이 술은 남을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닌


나를 위해 마시는 최초의 술이였으니까.


 


그러다 문득,


다른 사람들 생각은 하지 않고,


나를 위해 할 일이 생겨버렸다.


 


그렇게 다시 바보처럼 40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다.


차마 이 부분은 얘기하지 않고 싶다.


 


확실한 건 내 추악한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단 것,


그 뿐이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괜찮지는 않겠지.


다시 한 번 미안할 뿐이다.


 


나를 위한 하루도


나를 위한 글도


나를 위한 일들도


모두 오늘 뿐이겠지.


 


다시는 이런 일 없게


균형점을 다시 제대로 잡아야겠다.


 


나란 놈을 잊어야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생각도 잊어야지.


그러다 보면... 나의 의미가 생기겠지.


 


 


 


나 살다 살다 이런 일기를 써보긴 처음이다.


매일 이상한 얘기만 늘어놓았던 내게,


이런 쪽팔리는 얘기를 선물하고 싶은 생각은 왜일까.


 


나로 인해 올바른 길에서 잠깐 휘청거리는 이들...


모두 나보다 행복하게 살기를.


 


모두들 고맙습니다.


모두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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