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다르게 보내려고 합니다.
2016년 겨울, 2017년 겨울, 이 년 동안 저의 크리스마스는, 저의 새해는 낭만이라곤 찾아볼 없었습니다.
집 안엔 낭만은 커녕, 웃음소리도 크게 나질 않았었죠.
만족스럽지 못한 수능성적표를 받은, 그리고 수시에 몽땅 떨어지고 만 고3, 반수생에게 활짝 웃는 것은 어쩌면 사치가 아니었을까요.
주위에서 괜찮다, 수고했다, 그정도도 잘한 거다, 위로 같지 않은 위로의 말들을 들으며 잔잔히 띄우는 미소는 진심이 아니었을 겁니다.
안그래도 적막한 공기가, 겨울이라 그런지 한층 더 쓸쓸하고 춥더군요.
가뜩이나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몸은 더욱 움츠러들었습니다.
이불 속에서만 보내던 세월, 그럴수록 더 비참해지는 마음.
이 모든 걸 지켜보고 계시는 부모님.
그리고 누구보다도 '실패'를 뼈저리게 겪고있던 나 자신.
이 년 동안의 겨울은 유난히도 시렸습니다.
첫 해에는 눈물나게 시렸고, 그 다음 해에는 눈물조차 나지 않게 시렸습니다.
그래도 봄은 오더군요. 시간이라는 것은 참 빠르게도 흐르는 것이니까요.
움츠리고 기다리니, 때맞추어 봄이 찾아오더군요.
물론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습니다.
돌아가야할 나의 학교, 그곳은 나의 성에 차지 않는, 이미 한 발짝 정도 멀어진 곳이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돌아가야했습니다.
좋은 성적을 받아야했고, 장학금을 타내야했고, 성실히 학교 생활에 임해야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수능'에 대한 생각을 접을 수가 없더군요.
학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시냅스를 사들였고,
강의 중에도 틈틈이 수능 공부를 했습니다. 비록 능률이 좋지는 않았지만요.
도저히 포기가 안되더군요.
삼반수. 부담스러운 타이틀이었으나, 떠안고 갈 생각이었습니다.
나는 아직 20대다.
젊다.
포기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저는 학기 중에 다른 의미의 '성공'을 거두어냈습니다.
첫학기에 동기들에 비해 월등히 적게 들은 학점을 메우려고,
무리해서라도 학점을 꽉꽉 채워 들었는데,
감사하게도 학년 수석을 하게 된겁니다.
계좌에 찍힌 전액장학금.
마음이 콩닥콩닥 떨리더군요.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뻤습니다.
그리고 저는 9월에 있었던 수능 접수 기간을 지나쳤습니다.
실수로 접수를 못한 것이 아니라, 까먹고 지냈던 것이 아니라, 겁났던 것이 아니라,
정말로 새로운 시작을 하고자 마으믈 먹었기에
과감히 단념했습니다.
나에게 최선의 길은 단지 수능에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만족을 알고, 지금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자.
그래서 이번 겨울은 지난 이 년과는 조금 다르게 보내보고자 합니다.
크리스마스도, 새해도,
부담 없이, 슬픔 없이, 아쉬움 없이, 불안함 없이, 초조함 없이.
죄책감 없이.
크게 웃어도 보고, 진심으로 웃어도 보고, 잔잔하게 미소도 띄어보고.
다 해보려고 합니다.
온 힘을 다해.
중간고사를 준비하던 중 문득 이곳이 떠올라서 글 남기고 갑니다.
마침 오늘이 수능 d-40 날이네요.
지금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 건투를 빕니다.
부디 여러분들은 꼭 원하시는 바, 계획하신 바, 꿈꾸시는 바,
이 시험 한 번에 모두 이루시기를.
저와 함께 이 겨울을 활짝 웃으며 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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