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이 지나면 [828006] · MS 2018 · 쪽지

2018-11-26 05:20:44
조회수 10,220

그동안 고마웠어요, 오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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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95% 이상 깨서 글 씁니다.)


저는 올해 1월에 여기 처음 가입했었네요. 2017년까지는 삶에 오르비라는게 존재하지 않았었죠.

수험생은 평소보다도 더, 여러 가지 힘든 일을 겪는 것 같습니다. 그런 삶들을 서로 위로해주고, 위로 받는 이곳은 그래도 저한테는 차가운 공간보다는 따뜻한 공간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비록 가끔씩 눈살 찌푸려질때도 있었지만.


제가 힘들 때, 지칠 때, 현실 세계에서 강하게 한 방(아니 몇 방...)을 맞고 우울할때, 이곳은 제 피신처가 되어 줬습니다.

그 아무리 가혹한 현실이더라도 여기서 제가 뭐라뭐라 하소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도 따뜻한 위로를 해 줬거든요.

어떻게 보면, 다시 현실을 마주하라는 용기를 주기도 한 거지요.

오르비는 올해, 지친 저의 마음을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달래는 집이 되어 주었습니다. 가끔씩 커뮤니티에 애착 가지는 게 이상하다,

이런 사람들도 보이고 사실 이해하지만, 저는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사회에서 잘 적응하지 못한 사례이다 보니까요.

그래서 어제 그 술이 달착지근하게 느껴졌나 봅니다.

가끔씩 집에서도 싸움이 벌어지고, 개판이 일어나지만... 아무튼 그만큼가까웠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인생의 다음 챕터를 시작하기 위해,

거세고 저에게는 너무도 무시무시했지만

그 현실을 마주하기 위해, 그것도 당당히 마주하기 위해

이 곳을 떠나려 합니다.

우리 모두가 집을 떠나고, 보호소를 떠나고, 병원을 떠나듯이요.


보호소(?) 사람들이랑 정 든것은 슬픈 일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이곳에서라도 잘 살아남기 위해

이곳에서라도 '인싸'가 되기 위해 친해지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너무 많이 알아버렸네요.

정을 많이 붙였네요. 조금 아픕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제 가렵니다.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고

어떻게 보면 제가 이제는 이곳에 남는 것이

이곳을 뜨는 것보다 더 저에게 아픔이고 힘겨움일 것 같습니다.


예상보다 좀 많이 일찍 갑니다.


이육사 시인의 절개를 갖고,


서정주 시 "추천사"에 나온 춘향이의 이상향 지향을 보며,


(거기서도, 현재 상태를 부정적으로 묘사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나아가야 한다고 얘기하죠. 올해 연계교재에 있었으니 알 거에요.)


그리고 "동승"에 나오는, 어머니를 찾아 떠나는


그 길에서 어떤 시련도 '당당히' 마주하려고 하는,


그 도념이의 생각을 품고



떠나렵니다.


2019년은 새롭게 시작하고 싶습니다.


나를 찾아, 그리고 현실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고 싶습니다.


사실 요즘 제게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노라면


그 어느 때보다도 현실이 무섭고도 떨리기만 하지만


그래도 나아가고 싶습니다. 아니, 나아 가야 합니다.




글이 두서가 없고 정신없네요.


나중에 인생 흘러 흘러 볼 일이 있을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그때까진......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삽시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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