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관리자 [340191] · MS 2010 · 쪽지

2012-03-14 11:01:48
조회수 3,324

미녀는 괴로워. - 우리, 좀 세련되어지자.

게시글 주소: https://ip1ff8si.orbi.kr/0002831793

이 글은 오르비 좋은 글 다시 읽기 캠페인에 따라, 옛 오르비 사이트의 '생활구 나도칼럼니스트' 게시판에서 추천을 많이 받은 게시물을 현재 오르비에 인용해 온 것입니다. 

이 글의 원 저자는 뚜루루 (IMIN 102787) 님이며, 글은 2007/04/04 16:37 에 게시되었습니다.

향후 #내가쓴칼럼 에 올라오는 좋은 게시물들은 운영진이 적극적으로 오르비 캐스트 등에 실어, 양질의 게시물을 더 많은 회원들과 같이 읽어볼 수 있게 하고자 합니다. 오르비 회원 여러분들의 창의적이고 열정이 실린 좋은 글들 부탁드립니다.



나는 초딩때 부터 '쪼매난' 눈때문에 새우눈, 단춧구멍과 같은 별명을 언제나 달고다녔다. 별 생각없이 무표정으로 있을 땐 졸리거나 화가난 것으로 오해될 때가 많았고, 수업시간에 게슴츠레 눈을 뜨고 있으면 이게 눈을 뜬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성실히 수업을 듣는 척하면서 졸기에는 상당히 유리하기도 했다. 반대로 성실히 수업을 듣다가도 오해받아 터지는 경우도 있었고. 

최근에는 변변찮은게 눈인지 눈썹인지 모르겠지만서도 어쨌든 눈썹이 자꾸만 망막을 찔러서, 한달에 한번씩 안과에가서 한가닥씩 눈썹을 뽑아야 했다. 그리고 요즘엔 그것이 번거로워 매일 아침 눈썹을 위로 말아올리고 있다. 그러자 이런 상황을 잘 잡았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어떤 건지 잘 모르겠지만, 엄마는 내게 쌍꺼풀 수술을 권하곤 한다. 미용수술이 아니라 의료성형이기 때문에 비용도 얼마 안들고, 인상도 좋아질 거라고. 솔직히 첨엔 솔깃하기도 했었지만, 글케 말하면서 사다준 아이참을 붙여보고서부터 그럴 생각이 싹 사라졌다. 거울속의 나는, 너무나 느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대, 쌍꺼풀 수술따위는 하지 않겠노라고, 차라리 평생동안 매일 아침 눈썹을 위로 말아올리는 수고를 감내하며 살아가겠다며 다짐했다. 그런, 다짐같은 것을 하며 거울을 보고 있는데 동생이 그러더라.  
"ㅋㅋ 우와 완전 천명훈이다." 

나와 함께 그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여사님은 계속해서(아직까지도) 내게 수술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 엄마를 보고 있으면, 고슴도치도 지새끼는 이뻐한다고 엄마도 아들의 느끼한 눈(심지어 박명수도 아니고 천명훈이라는데!) 이 이뻐보였나 보다 싶기도 하지만, 이제껏 자식눈이 그렇게 못나보였나 싶기도 했다. 글쎄,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내 눈모양 자체에는 그다지 불만이 없다. 피부나 헤어스타일따위라면 몰라도. 좀더 솔직히 말하면, 긴장하거나 피곤한 이유로 게슴츠레하게 뜨고 다니지만 않으면 나름 개성있다고 까지 생각한단 말이다. 

동생의 촌철살인, 내 주관적 만족도, 그리고 우리 여사님의 권유. 여기에는 단지 단순한 주관적인 미적취향이 관여된 것일까. 당연히 그렇다는 생각이지만, 그렇다면 객관적 미라는 것도 존재한다는 말이 된다. 주관적 미란, 결국 객관적인 미라는 것이 존재해야만 성립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족이 길었다. 미녀는 괴로워, 라는 영화와 내 못생긴 눈에 관한 시덥잖은 이야기들이 대체 무슨상관이 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은, 아름다움과 타인의 취향, 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연관을 지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미녀는 괴로워, 라는 영화 내용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쁘면 이쁘다고 말하고, 못나면 못났다고 말해. 위선떨지마. 그건 폭력이야" 다. 뭐 영화 줄거리에 대해서는 육백만이나 보았으니, 그리고 육백만이 보았으므로 아직 보지 않은 이들을 위해서 언급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영활보지 않은 이들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만한 영화이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그것이다. 이 글을 읽어주는 당신, 당신은 성형수술, 그리고 성형미인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가? 이를테면 성형수술에 대해 아무런 거부감이 없으며 실은 나도 앞으로 할 의향이 있다거나, 성형미인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내가 하기엔 좀 꺼림칙하지 않나, 라거나 성형이나 성형미인 모두, 이해할 수도 없고 혐오하는 짓거리다, 라거나. 혹은 남이야 어떻게 하건 말건 나와 사귈 이성이 성형미인이어서는 안된다, 라던가. 

성형(물론 미용성형)은, 결국 나에 대한 나의 주관적인 만족이 아니라 '타인에게 보여질 내 모습에 대한 만족'을 위한 수술이다. 절대 아니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생각하면, 외모의 아름다움 이란 것은 어쩔 수 없이 '순수하게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보여질 내 모습을 위한 것'일 수밖에 없다. 거울앞에 서있지 않은 나는, 내 얼굴을 볼 수 없는 이유로, 보지 않고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나는 내 얼굴을 뜯어먹으며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내 얼굴을 보며 살아가는 타인들이 보이는 반응이 문제가 될 뿐이다. 그것이, 문제다. 따라서 내가 내 얼굴을 볼 수 없음에, 거울을 보는 것이다.  

결국, 내 외모의 아름다움이란 '일차적으로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취향을 위한 것이다. "여자에게 화장은 예의"라는 마초적으로 들리는 말도 따지고 보면 그러한 전제를 깔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코를 조금만 세우면 딱 좋을텐데'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나는 한가인같은 코를 갖고 싶다는게 아니라 그냥 내가 만족하고 싶다는 거야."라고 항변 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만족" 하기 위해서 "한가인과 같은 코"는 아니더라도 한가인의 코에 가까운, 말하자면 대중이 한가인의 코를 보거나 연상할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에 '조금이나마' 다가가기를 원하는 것이 아닌가 묻고 싶다. 사족을 좀 달자면, 비키니나 미니스커트를 입는 여성들 또한 흔히 하는 말이 '자기 만족'을 위한 것 이라지만, 그 '자기 만족'이 실은 '타인에게 보여질 내 모습에 대한 자기만족' 임은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얘기가 아닌가? 누가 뭐래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 얼굴이, 외모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에게 비춰질 나를 위해서' 가꾸어 져야 한다는 것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에 당연한 것일 수 밖에 없다. 어떤 인간이라도, 사회적 공동체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를 원하며, 어떤 인간이라도,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에 이끌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인간이라도, '아름다움'을 손에 쥠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를 원한다. 가장 인간적인 인정욕구의 차원에서다. 따라서 '미'란 하나의 사회적 자본이 된다. 특히 자본주의사회에서 '미'란, 돈이된다. 

문제는 미의 기준이 너무나 획일화 되었다는데에 있다. 특히나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들이대어지는 '미의 기준'이라는게. 한국에서 학벌을 통해 생존게임이 획일화 된 것과 마찬가지로, 미적 기준이 너무나 획일화 되었다는 것이다. 쭉뻗은 가늘고 긴 팔다리, 새하얀 피부, '분필'을 박아넣은 듯한 오똑하고 쭉뻗은 콧날, 쌍꺼풀진 커다란 눈, 갸름한 턱선, 계란형의 동글동글한 얼굴, 그리고 소위 S라인이라고 하는 풍만한 가슴, 과 잘록한 허리, 풍만한 힙. 이라고 하는 것이 '미인'의 기준이다. 세상에, 눈과 코와 얼굴형과, 피부와, 팔다리 길이와, 가슴과 허리, 엉덩이 비율까지 정해져 있는 '미적 기준'이라니. 이러한 '미인의 기준'을 하나씩 꼽아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째서 귀와 손바닥, 손가락, 손톱과 발톱, 발바닥과 발가락에 대한 기준은 없는 걸까?

사실은 이 모든 복잡하고 쪼잔한 '미인의 기준'이라는 게, '완벽한' 서구형 미인의 기준이다. '서구인들'의 외모가 기준이라는 말이 아니라 '서구인들이 생각하는 미인'의 기준을 우리의 '미인의 기준'으로 삼았다는 말이다. 이것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닐 것이다. 중국에도 일본에도, 홍콩에도, 모든 아시아 국가들 에서도 이러한 '서구형 미인'의 조건이 자국의 "미적 기준"이 됨으로써, 사실상 이것이 이제는 보편적인 미인의 기준이 되었다. 난 이것을 모델들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델은, 세계 어느나라의 모델이나, 남성이나 여성이나, 모두 작디 작은 얼굴에 길고긴 팔다리와 기럭지를 지닌 8덩신(금지어의 압박..)의 인간들이다.  

뭐, 이미 보편적으로 되어버린 서구적 미인의 기준이 우리의 "미인의 기준"과 동일시되었다는 것이 특별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소위 '한국적 미인'을 선발한다는 미스코리아가 실은 "완벽한 서구적 미인의 기준을 가진 여성"을 선발한다는 것이 코미디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그냥 '한국적 미인대회'라는 수식어는 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어쨌든 그건 그거고, 미인의 기준이 서구적인 것이든 아니든,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선사시대, 이를테면 청동기나 철기시대에는 현대인의 기준으로는 눈뜨고 봐주기 힘든 뚱녀가 미인의 표상이었으니, 그렇게 미적 기준이나 미인의 기준이란 계속 바뀌는 것이 아니겠는가. 

문제는, 미인의 기준이 어떤 것이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너무나 획일적인 이유로, 하나의 사회적 폭력으로 작용한다는데 있다. 특히나, 한국과 같이 공교육과정에서 전인교육에 속하는 예술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채 사회로 나와 정신적 아름다움에 대해 향유할 줄 모르는 인간들이 넘치는 사회에서, 그래서 물질적 쾌락과 육체적 욕망에 대한 동경만이 넘치는 사회에서, 또한 여성이 사회적 인격체로써의 남성과 동등한 노동자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이러한 획일적인 미인상은 너무나 폭력적으로 작용한다. 그 증거가 개인들이 가지는 정신적 스트레스, 이를테면 열등감과 같은 컴플렉스이다. 노컷뉴스 2007년 2월 22일자 기사를 보면, "성인 여성 10명 중 7명이 외모 컴플렉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실제 20대 중반 여성 10명 중 6명은 성형수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 의상학과 엄현신 씨가 서울·경기 지역에 사는 18세 이상 여성 81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외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69.9%가 '그렇다'고 대답했으며, 77.5%가 '성형수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실제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시기인 25세에서 29세의 여성 61.5%는 성형수술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란다. 굳이 이런 통계를 들이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한국여성의 성형수술 비율이 세계 1,2위 권을 다툰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요즘 여대생들에게 쌍꺼풀 수술은 수술도 아니다' 라는 말은 그냥 풍문이 아닐 것이다. 모르긴해도, 방학기간을 이용해 성형수술을 해서 개학후에 몰라보게 변했다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도 드문일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을 단순히 미의 추구라고 볼 수 있을까나? 아니다. 나는 그런 식의 태도는 문제의식의 부재이거나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명백히, 공교육에서의 예술교육의 부재로 인해 정신적 가치를 향유할 줄 모르는 구성원들의 사회적 분위기(이것에 대해선 이곳에 전에 써둔 '학벌사회'에서 열심히 다루었다.)와,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사회적 위치를 점유하지 못하는 사회가 만들어낸 '사회적 폭력' 이다. 취업에 있어 '취업성형'이라는 말이 만들어질 만큼 취업에 얼굴과 외모의 비중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은 논외로 하기로 하고, 개인의 주체적 삶의 추구라는, 좀 더 넓은 차원에서 생각해보기로 하자. 자신의 살과 뼈를 자르고 깎아 내리는 수술을 좋아할이가 누가 있으며, 선천적으로 주어진 자신의 얼굴과 외모를 사랑하고 싶지 않은이가 누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모두들 성형을 하는가? 그렇게 하는 것이 이 나라에서 훨씬 더 살기 편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획일화된 "미인의 기준"이 하나의 "사회적 폭력"이 되어 자신의 본래적인 모습을 사랑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본래적 모습을 사랑하기 보다는 획일화된 타인의 시선에 꿰맞추는 것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지금 글을쓰고 있는 나는 남자라서 좀 덜할지도 모르지만, 만약 나같이 생긴 여성, 말하자면 쌍꺼풀없는 작은눈에, 피부도 별로 좋지 않고, 코도 낮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성형을 생각하지 않을까? 취업은 논외로 하기로 했으니 저 멀리 치워버리고, 여학생은 끊임없는 열등감과 컴플렉스에 시달려 '대학에 붙고나서부터는 꼭 성형을 해야지'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내가 남자로 태어난 것이 상당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미적 기준이 어떠하냐, 괜찮다 이거다. 그리고 자본주의사회에서 그렇게 보편화된 미의 기준이 곧 돈이 된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획일적인 미의 기준이 있다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심해서 스스로의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면, 그리하여 사회 구성원의 상당수가 열등감과 컴플렉스에 시달리며 성형수술을 고민한다면, 그리하여 그것이 우리가 주체적 삶을 사는데 심각한 장애를 준다면, 그래서 있는돈 없는돈을 투자해서 자신의 외모를 타인의 시선에 꿰맞추려 애쓰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 그것은 분명한 문제이자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내가 코가 낮고, 눈이 찢어져 비호감이라도, 쌍꺼풀이 없고 작은 눈이라도, 사각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키가 작거나 짧고 통통한 다리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보편화된 미인의 기준이 획일적으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주관적인 미의 기준을 가질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한국의 구성원 중에서, 그런 건강한 자의식을 가진 청소년과 성인이 얼마나 있는지 는 모를일이다.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이게 아니다. 진정 하고 싶은 이야기는, 대체 왜 성형미인에 대한, 나아가 성형수술을 한 사람에 대한 인식의 차별이 존재해야 하냐는 거다. 그것은, 명백한 이중적 태도이다. 이미 사회는 보편적인 미인상을 획일적으로 규정해 놓고서, 그것이 하나의 사회적 폭력이 되어 자신을 스스로 사랑할 수 없는 분위기로 놓고서 성형을 권장하고 있다. 그래서 이미 대한민국은 성형수술의 천국이다. 그런데, 왜 성형미인을, 나아가 성형수술을 한 사람을 비난하고, 혹은 차별하고, 혹은 꺼려하려 하는가 하는 것이다. 남들은 어떻게 하더라도 자기 애인만은 성형미인이어서는 안된다는 웃기는 태도는 물론이고 , 제일 황당한 것은 연예인 성형에 대한 태도이다. 

연예인의 존재 목적이 무엇인가? 그들은 대중의 환상적 욕구를 채워주는 존재이다. tv브라운관을 통해 수요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충족시켜주는 존재이다. 그래서 멋진 외모와, 경제적 부유함을 비롯한 모든 화려함을 지니고 나온다. 그 중에서는 당연히 대중이 원하는 외모가 포함되어 있다. 대체, 대중의 욕망을 대리만족 시켜주기 위한 연예인이 그들이 원하는 외모를 갖추어 나오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가 되길래 스포츠신문을 장식하고, "고백"씩이나 되는 어휘를 사용하는지 원 참. 얘, 누구누구는 코 성형했대, 쟤 좀봐 1년 쉬고 나오더니 얼굴 완전바뀌었어 하며 연예인의 성형얘기를 하는 것들도 우습기는 마찬가지다. 그것이 어쨌다는 말인가? 당신들이 원하는 모습이 아닌가? 이미 미인의 기준이 워낙 획일화되어 너나 나나 성형수술을 하며 자기 모습을 벗어던지기에 여념이 없는 사회에서, 내가 보기엔 그러한 태도는 현실과 환상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인격들의 질투심의 발로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뭐 그런식으로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데에 내가 간섭할 권리가 있다는 건 아니고, 그냥 웃기다는 것이다. 

성형미인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기 때문에,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인식의 차별이 당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묻겠는데, 그렇다면 우리들이 좋아하는 '자연미인' 이라는 것 얼마나 자연스러운 미인인가? 언제부터 그것이 '자연스러운 미인의 기준이 되었는가?' 그들은 얼굴에 칼을 대지 않았기에 '자연미인'이 아니라, 우연히 시대의 보편적인, 특히나 한국에서 획일적인 미인의 기준을 운좋게 타고난 미인일 뿐이다. 성형의 기술은 점점 더 발달하고 있고, 소위 '자연미인'스럽게 자연스럽게 보이는 '성형미인'이라면, 그들에게 인식의 차별을 던지는 것은 부당하고 또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그게, 일종의 미적 신분인가? 예쁘면 예쁘다고 말하고, 못나면 못났다고 말하자. 위선떨지말고. 그들에게 던지는 인식의 차별은, 몰상식적이고 촌스러운 위선이자 폭력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좀, 세련되어지자.

미녀는 괴롭다. 미녀가, 왜 괴로운가? 미녀가 되기위해 나를 버려야 했기에 괴로운 것이다. 미녀가 되어 이제는 남들앞에 나서서 노래를 하고, 자신있게 거리를 활보하고,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는 일도 줄어들었지만, 나는 이미 나를 버렸기에 괴로운 것이다. 내 목소리와 마음은 변한 것이 없는데, 변한 것은 그저 내 겉모습 뿐인데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은 오직 정신적으로 아픈 아버지와, 내 귀여운 강아지 밖에 없기에 괴로운 것이다. 나는 같은 목소리로 맘을 담아 노래하지만, 뚱뚱하고 못생긴 나는 도저히 나를 사랑할 수 없었기에, 도저히 타인들에게 인정받을 수 없었기에, 타인의 취향을 뒤집어 썼고, 실은 재미교포 제니가 아닌 강한나임을,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기에 괴로운 것이다. 

미녀는 괴로워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답게, 시종일관 유쾌하고 재기발랄한 내용이 전개되고, 대사들은 톡톡튄다. 정말 김아중, 제니는 예쁘고 노래도 너무 잘해서, 보는 내내 즐겁다. 영화는 그렇게 즐겁고 가벼운 태도로, 가볍지만은 않은 화두를 휙휙 던져댄다. 끝까지 재기발랄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비록, 나는 아는것이 아무것도 없지만서도, 자본주의란게 저런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서 끝이나는 영화는 해피엔딩이지만, 글쎄, 현실에서의 강한나들은 강한나로써의 삶을 살 수 있게 될지, 나는 잘 모르겠다.



    2007/04/04 21:09  96144   
글을 참 쉽고 논리정연하고 흡인력있게 잘 쓰시는군요. 쓰신 글들 보고 감탄했습니다. 고등학생 맞으신가요? 글을 쓰시는 데 보통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합니다.
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때문에 따로 코멘트하지 않겠습니다.
  뚜루루  2007/04/05 00:11  102787   
어이쿠, 현님 감사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올해 수능보는 고교자퇴생이네요. 
사실 저는, 글을 잘쓰고 싶은 맘은 굴뚝 같은데 잘 쓰질 못해서 불행한 사람이거든요. 뭐 어쨌든 수능을 봐야하고, 책읽고 글쓸 시간적 여유도, 정신적 여유도 부족한 상황이니깐요. 글을 쓸 때마다 제 욕심과 능력사이의 괴리를 뼈저리게 느끼면서 좌절할 때가 많았는데, 현님의 칭찬을 들으니 힘이나는군요. 남들에게 제가 쓴 글을 보여주면서 들은 몇안되는 칭찬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이 글 같은 경우는, 영화를 보고 그냥 써내려 간 것인데 한 3시간정도 걸린 것 같아요;; 참 미친짓이죠.. 고3에겐. 그리고 학벌사회 같은 경우는 2일간 책만 읽고, 4시간동안 쓴 글입니다. 역시 미친짓이죠.. 
3시간이니 4시간이니, 제 능력에 비해 잘쓰고 싶은 맘이 커서 시간이 정말 오래걸리는 것 같네요.. 앞으로 수능준비 하면서 책을 몇권이나 읽고 글은 몇편이나 쓸 수있을지 모르겠군요. 어쨌든, 필승해야겠죠.
  Cesare[체사레]  2007/04/08 19:05  35501   
굳이 로그인 했습니다^^;
추천한방 때려드리려구요 ㅋㅋ
요새 웬만하면 오르비 안들어오는데.. 오랜만에 괜찮은 글 봤네요

글쓴분이 89년생이라 깜짝 -_-;
그리고 생각해보니 올해 고3이 89년생이라 또 깜짝 -_-;;;;;;;
  Rudd  2007/04/08 21:20  99698   
인상깊고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글 잘쓰시네요- 꽤나 긴데도 금방 넘어가는게..
괜찮으시다면 스크랩해 가겠습니다
  뚜루루  2007/04/08 23:40  102787   
Cesare[체사레], Rudd// 두 분다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udd// 물론 스크랩 해가셔도 되요.
  Just dream  2007/04/09 15:01  145172   
문체가 상당히 깔끔하네요..부럽습니다. 추천한방 때리고 갑니다.
  서울  2007/04/12 21:42  173134   
ㅋㅋ 눈썹이 망막을 찌른다에 한표걸겟다..ㅋㅋ 이글보고 상상하면서 조낸 웃었다.. 속눈썹도 아닌 그냥 눈썹이 망막을 찌를 정도면..ㅋㅋ
  [SE]xelloz〃  2007/04/13 18:27  156799   
흡인력있게 잘쓰시네요 ..
  [노벨상]냐옹♡  2007/04/14 12:15  95598   
로그인....잘읽었습니다. 내용에서도 굉장히 호응이 가네요.
  뚜루루  2007/04/14 20:46  102787   
서울// 저기요,, 눈썹이 망막을 찌른다는건 당연히 속눈썹을 말하는 거죠,,, 그냥 눈썹이 망막을 어떻게 찌릅니까?.. 저 그래도 나름 괜찮게 생겼어요(..) 눈이 조금 개성있을 뿐.
  잘모르겠어  2007/04/15 09:26  180342   
글 참 잘쓰네요 ..
  kiald  2007/04/16 00:27  76778   
존경.ㅎㅎ
  w-inds.  2007/04/17 21:40  59536   
추천. 글 잘쓰셨네요. 논술이 강조되는 08입시에서 뚜루루님 꼭 좋은대학가실듯!

논술로 대학역전시킨 1人으로서...
  힘내자  2007/04/24 11:08  124207   
전반부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후반부 읽어보니 저랑 생각이 좀 많이 다르시네요;; 그건 그렇고 글솜씨가 대단하시군요!
  경영학도  2007/05/03 15:06  133204   
영화는 그렇게 즐겁고 가벼운 태도로, 가볍지만은 않은 화두를 휙휙 던져댄다. <<-- 제가 했던 생각과 비슷하네요. 시놉시스나 감독,배우들의 인터뷰를 보면 마치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라도 한거처럼 말하지만.. 실상 영화를 보면 너무 가볍게 다루지 않았나.. 합니다.
  푸른눈꽃  2007/05/06 21:46  187535   
님 멋있어요~ 저도 올해 수능보는 자퇴생인데 우리 같이 힘내요~ (뭐래-_-;;) 암튼 글을 정말 논리 정연하게 잘쓰시네요. ^^
  우선밥먹고  2007/06/27 14:49  159294   
블로그에 담아갈게요 ㅎㅎ
  Rexxi  2007/06/27 23:47  193567   
추천이요 ^^

잘 읽었습니다.
  『Vs』킨젝스  2007/07/10 13:06  150983   
잘 읽었습니다..
님꺼 다른 글들도 재미있게 보고있어요 ~.~
공부하시느라 바쁘겠지만; 가끔 남겨주십쇼 애독자가 있으니 ㅋ.ㅋ
rare-Move rare-오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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