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nwoong.yeom [463311] · MS 2013 · 쪽지

2013-11-28 00:26:25
조회수 2,813

현역 화2 응시생입니다. 학교서 성적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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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한테 미친듯이 까이고 있는데 그냥 좀 답답해서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19년 인생 좀 풀어봅니다.

글이 두서없고 스압도 있지만 읽어주신다면 정말 기쁠것 같네요.

미리 요약하자면
->영어 성적 사망.
->나는 수리 고자다
->화2 출제 교수들 재미 좀 보셨어요?



가채점표를 전부 만들지 못해 겨우 기억을 더듬으면서 가채점을 했었었죠.

거의 다 들어 맞는데..... 영어를 86점인가 맞아서 2, 3등급으로 예상했었는데 무슨 저도 모르는 마킹 실수라도 한건지 5등급이 나왔더군요. 이건 뭐... 머리가 멍해지는데. 마킹 실수는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고 영어때는 엄청 시간에 쫓긴것도 아니였는데 말이죠. 그냥 뭐 웃음만 나오더라구요. 뭔 오류라도 있는거 아니야? 이런 생각도 들고.


성적표에선 언어, 그러니까 국a 빼곤 1등급인 과목이 없더군요. 뭐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성대 일반은 맞췄는데 일반이란게 하하.

공부를 제대로 안한게 제일 크고 일단 저는 수리 영어는 젬병인데 언어, 과탐, 사탐이 쓰리 탑 앵글 스타일이었거든요. 

문이과 고를때 정말 흑백논리로 학생들 성향 구분해놓은 교육청과 기성세대들에게 원망을 했었죠.

 난 우리말을 정말 사랑해서 글짓기 대회 같은데에서 상도  타고 이과가 된 고2때도 교내 행사쪽은 문과 애들 제쳐버리고 털 카페에서 글 짓는 사람들끼리 모여 창작 활동도 하고 과학이 너무 좋아서 초등학교 때부터 각종 활동 시작해서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고2 때까지 진짜 온갖 프로그램들 다해보고 사탐이 또 우리 생활과 시스템에 대해 설명한 거니까 재밌어서 중학교 때부터 문이과 나누기 전인 고1때까진 항상 고득점 해왔는데,  젠장 난 둘 중에 갈곳이 없네. 하고.


대학가기 편하다는 말 때문에. 그래도 사탐과 국어는 자력으로 나중에 더 공부할 수 있는데 과탐은 고등 과정에 들어가면 혼자선 배울 수 없기 때문에 수리를 못하는데도 이과를 골랐습니다.








진짜 수학 문제 풀다가 글 쓰고 싶어서 죽을것만 같더군요ㅋㅋㅋ
농담이 아니고, 이렇게 척추가 뒤틀리는 듯한 정신적 고통은 처음이었습니다.
이게 얼마나 심했냐면은 한두시간 수리문제를 풀면 정말 죽을것 같아 못 견뎌 시 쓰고 또 한두시간 공부하고 몇줄 글 쓰고...이런식이니 안그래도 못하는 수리인데 제대로 올랐을리가 없었죠.





한편 올해 초에 과탐 3과목 선택에서 2과목 선택으로 바뀐다는 소식이 날라왔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수험생의 입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그래서 미국식 교육을 들고왔습니다!" 가 모토여서 관련 정책의 일환이었죠. 

전 그 소식 듣기 전까진 과학 중에서도 화학을 제일 사랑하기 때문에 생1화1화2 고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2과목 고르라고 하니 또 골아팠죠. 화1생1을 하느냐, 화2생1을 하느냐. 화2화1조합도 있었지만 그때는 불가능한걸로 잘못 알고있었고.

그래서 그냥 단순하게 '화2는 화1보다 어려우니까 실수 해도 나락으로 가는 일은 없겠지ㅋ?' 
해서 화2생1 조합을 선택했죠.

과학은 좋아하는 지라 수리처럼 괴롭지도 않았고 꽤 열심히 즐겁게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3월달 화1 기본실력으로  2등급 찍고
4월달, 화2의 시작. 오 나쁘진 않아요. 실수해서 1등급컷 바로 아래로 2등급이 됐네요
6월달, 아 이번에도 아깝게 2등급이에요
7월달, 이번엔 좀 2등급 중앙이네요
9월달, 소 퍼킹 쉿. 평가원 스타일을 벗어난 계산 투척 스타일로 바뀌고 처발려서 3등급.
11월달. 사망.











 



아마 화2 응시생 분들이라면 공감하지 않으실까 싶은데


정말 9월과 대수능은 평가원 스타일의 상궤를 벗어나는 미친 문제들의 향연이었죠.

오르비에 지방 과고생 출신이자 3수생이 가채점에서 화2 44점 맞았다는 글 보고 
'진짜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지리 8번 문제가 교수들의 짧은 가방끈으로 일어난 폐해라면

올해 화2는 그냥 교수들이 코카인이나 헤로인, HSD등등을 빨고 낸것 같아요.


솔직히 화2에 수리정도로 시간 투자하지 않는 이상 4페이지 제대로 푸신분들 있나요?
전 3페이지 다풀고 4페이지 들어가니까 5분? 7분? 그렇게 남더군요. 그래도 2등급 선은 유지했던 놈인데.


수능문제 검토위원직을 하셨고 경기과고 화학 선생님이시면서 EBS에서 화2 가르치시는 이희나 선생님 께서 말씀하시길, 교수진들이 출제장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화2 출제 위원들에게 따지니
 9평처럼 대수능에서도 그런짓을 하진 않을것이다
라고 대답해줬다는데, 는 개뿔. 요즘 교수들은 입에 거짓말을 아주 술술 내부내요.



화2 만점자 비율이 일만이백명중 서른 여덟명으로 대략 0.003퍼센트 정도 되던데

이게 말이나 되는 수치입니까 대체.


어느 누가 만점자 비율 1퍼센트 목표라고 씨부러ㅇ거렸던것 같은데 잘못 들은거겠지 낄낄.



이과에게 그렇게 중요한 수리 공부하다가 못 풀어먹겠다고 글 써대는 놈이니 공부에 그렇게 목 매달아 하진 않았던 저인지라 수능 공부 때문에 자살하고 자해하고 눈물 흘리고 정신 강박증 걸리는 애들 동정은 하지만 이해는 가지 않았는데

정말 화2 풀땐 눈물 나더라구요.


내가 왜 화2 골랐을까. 
내가 왜 공부 제대로 하지 않았을까. 
내 십대의 십분의 일은 이렇게 날아가는 건가.
내가 1년동안 도대체 뭘 위해서 하고 싶은것도 못하고 이런 미친놈들이 낸 정신병자 같은 문제를 지금 여기서 풀고 있는건가. 
...그래도 과학은 열심히 했는데.




저 말고도 화2 때문에 피 보신분들 많을 껍니다.
세계 지리 응시생 분들은 8번 문제 때문에 고생하고
우리들은 그냥 출제진들 의도 자체가 대학 수학 능력 판별이 아니라 
누가누가 더 엿을 잘먹이나 콘테스트의 희생냥으로 갈굼당했죠.
아마 결과 나온거 보고 교수들은 퍽 즐거워 했을겁니다.

"오! 우리가 이렇게나 수험생들을 잘 조질 수 있다니!" 하고.




전 그냥 허탈합니다. 올해의 저를 돌아보면.




















여기 까지 다 읽으신 분들, 정말 감사드려요.

전반적으로 성적이 안좋게 나오긴 했는데, 특히 영어가 경악할 정도로 가채점과 빗나가고
화2가 최악의 등급을 맞아서 집에서 바퀴벌레 뒷다리에 낀 때 수준의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좀 답답해가지고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오르비에 글을 남겨보네요.


화2 응시한 오르비 회원 분들, 다른 과목들은 잘 보셨나요?
혹 화2가 발목을 잡진 않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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