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을 기어오르는 길. 전 이렇게 공부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부끄러운 수기 http://orbi.kr/0004270279 를 올렸었던 양키노인네입니다.
(유학생 출신이 기숙학원에서 2년 수능을 준비했다는 내용입니다.)
수기를 올리고 어떻게 공부했었는지에 대한 쪽지도 왔었고, 분명 답변 드리리라 약속을 했건만
어찌어찌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가 쭈뼛쭈뼛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어떻게 적어야할지 수분을 고민한 끝에 실제 제 생각을 그대로 올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 같아 그대로 적어봅니다.
1. 국어
솔직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대단한 국어공부를 하진 않았습니다. 나이가 있어서인지, 2014학년도 수능을 준비하며 비문학에서는 어렵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분명 어렵지 않다고 느끼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출지문 강독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출문제가 정석이었다는 말이 정말 너무 파렴치하게 뭐 대단한 조언이냐고 느끼겠습니다만 전 정말 그랬습니다. 정말 언어영역 기출문제만 죽어라 팠습니다. 그럼 당연하게 떠오르는 반감은 '답이 기억나는데 어쩌라구요....' 일것입니다.
전 분명 기출지문 강독 이라고 썼습니다. 기출'문제'풀이가 아니구요. 2년째 준비하는 수능이었지만 답이 얼추 기억나서 저도 힘들어했었습니다. 하지만 기출은 풀라고 있는게 아니고 '공부'하라고 있는 것이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네요. 셀 수 없이 많았던 훌륭한 글들이 기출에 있습니다. 전 미국에서 영어로 된 원서만 오래 읽어와서인지 어색함이 있었습니다. 바로 글이 쓰여진 방법에 말입니다. 사뭇 다른 분위기와 다른 구조로 된 비문학 지문들은 아무래도 제게 낯설었지요. 그래서 전 '국어공부'를 했습니다. 글은 어떻게 쓰여진걸까. 이건 어떤 정보를 전달하려고 쓰여진 걸까. 그래서 수없이 많이 읽고 공부를 하게 되었죠. 제가 스타강사들 처럼 어떻게 쓰여지는 것이다! 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기출 지문을 강독하고 그에 해당되는 문제 하나하나 보기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이렇게 쓰여진 글에는 이런 식으로 문제를 만들어 내는구나. 와! 이 문제는 내게 이런 사고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선지를 분석하게 해놨네? 식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수도 없이 읽고 또 읽고 다시 읽었습니다. 마치 내 손으로 해설서를 써버리겠다는 각오로 말이죠.
논리적으로 접근하시길 바랍니다. 이 보기가 답이 될수밖에 없는 논리회로를 만들어 나가세요. 비문학은 논리싸움인 것 같다는 것이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어느정도로 읽어야 하냐구요? 가령 기술지문을 만났을 때 읽어가면서 아 분명히 이 지문에서는 이 기술 과정에 관해서 이렇게 저렇게 조합해서 문제를 내겠네? 나라면 이렇게 내봐야지 라는 생각이 떠오를 정도로요.
뭔가 멋진 해결법을 드리고 싶지만 국어에 관해서는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이것 뿐인것 같습니다.
2. 영어
a. 영어단어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 이 단어 부분입니다. 한 부류는 단어 외우면 성적이 오른다고 착각하고 다른 한 부류는 단어 그거 외워봤자 도움 안된다라고 착각을 하더군요.
영어단어 백날 외워도 성적 안오릅니다. 그러나 영어 단어를 손에서 놓는 순간, 성적이 오를 가능성은 절대 단 1퍼센트도 없습니다. 갓난 아기로 돌아가 봅시다. 우리가 모국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뭐부터 시작했죠? '엄마'라는 단어입니다. 언어를 습득함에 있어 가장 기본은 단어 입니다. 그럼 엄마 아빠 형 누나 등등 단어만 죽어라고 외웠나요 저희가? 아닙니다. 단어를 습득하고 언어규칙을 체득하고 다듬어서 한국어라는 언어체계를 확립해왔습니다. 수능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어 단어는 영어라는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최소한으로 갖추어야할 도구입니다.
단어 외우세요, 성적이 오를거란 희망을 버린채로. 단, 외우지 않으면 망합니다.
b. 문법과 독해
기숙학원에서 같이 공부하는 동생들에게 참 많이 물어봤습니다.
"넌 문법공부 왜 하니?"
열에 아홉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더군요.
"수능어법 문제가 어렵잖아요. 맞춰야죠, 3점인데."
그럼 전 한숨부터 푸욱 내쉽니다.
"휴우, 글렀구나."
문법(文法)은 말 그대로 언어의 법칙입니다. 한 언어가 존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약속이요 법칙입니다. 수천만 혹은 수억의 인구가 하나의 말로 누구나 알아듣는 단 하나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이렇게 하자고 약속한 법칙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규칙을 공부하지 않은 채 길게 쓰여진 문장을 읽고 독해를 하겠다구요? 제가 왜 한숨을 내쉬었는지 조금 이해가 가시나요. 영어가 어떤 규칙 아래 쓰여지고 있는지 그 근본도 모르는 채 그 열매를 먹으려 하니 탈이 날 수 밖에요.
제가 하나 물어보겠습니다.
I love you.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love는 타동사로 3형식 문장을 이끌어 낸다. 주어 I와 목적어 you가 존재하는군. 아 주어가 목적어를 사랑한다는 뜻이구나. 고로 우리 말로 옮기면 나는 너를 사랑해 이구나.
이렇게 저 문장의 '뜻'을 이해하시는 분 계십니까? 아뇨 없습니다. 그냥 보는 순간, 난 너를 사랑해 라는 한국어 번역따위마저도 생각나지 않고 바로 이해가 가실겁니다. 왜냐구요? 쉬우니까요, 많이 봤으니까요. 3형식을 취하게 되는 타동사 love의 가장 쉬운 응용문이잖습니까.
The students love English. 이 문장도 쉽습니다. 비교적 간단하니까요.
The students who get good grades in English exams love English as it could give them confidence.
조금 복잡해집니다. 어렵진 않지만 분명 길어졌습니다.
The students who get good grades in English exams love English as it could give them confidence.
보이십니까, 그저 쉬운문장에 살을 발라 놓은 것 뿐이라는 구조가. 이렇게 쉬운 구조에서 시작해서 조금 더 살이 붙고 그 살에 다시 살이 붙으면서 복잡해져 가는 것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살을 붙여나가는지를 배우는 것이 문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계대명사니 관계부사니 이런 모든 문법들은 살을 붙이는 수단이구요. 이제 조금 왜 문법공부를 근본적으로 해봐야 하는건지 조금 동의가 되시나요?
제가 말하려고 하는 점은 영어가 문장구조를 어떻게 써나가는 언어인지를 파악하며 문법공부하라는 것입니다. 왜 문법학자들은 어려운 문법용어와 체계를 만들었을까요? 아니, 그들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만들어진 언어 체계를 그저 공부하기 쉽게 분류해 놓았을 뿐이지요. 그냥 외우고 끝내지 마세요. 영어 문법은 직독직해로 가는 가장 근본적인 열쇠 입니다.(단어, 문법 ㅡ> 문장구조 ㅡ>직독직해)
수없이 많은 글들을 읽으며 체화시키세요. 아, 미국인들이나 영국인들이 말을 이런식으로 하는구나. 하면서 배우는 자세로 공부하세요. 영어성적을 올리기보다 영어실력을 키워야하겠다는 생각으로 매진하세요. 성적 올리기용 화려한 스킬 몇개로는 원하는 성적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한 스킬들은 기본 실력이 조금 갖추어지고 나서 배워야만 진정한 도움이 된답니다.
3. 수학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가장 많이 힘들어했으며 정말 시험지 수십장을 찢고 문제집 수십권을 이를 갈아가며 구겼던 과목이 바로 수학입니다. 전 다음과 같이 공부했습니다. '저'를 가르쳤습니다. 내일 당장 이 단원을 가지고 옆에 앉아있는 동생녀석에게 초고액 과외를 해야만 한다고 채찍질하며 스스로를 가르쳤습니다. 끝없이 의문이 꼬리를 물게 되더군요. 조금이라도 애매한게 있어서는 안된다고 저를 다그치며 묻고 또 물었습니다. 왜? 아니, 대체 왜? 아 그러니까 왜! 꼬리에 꼬리를 물며 끈질기게 수학개념을 팠습니다. 그저 표면적인 공식이해 수준이 아니라 이것이 왜 존재하고 왜 배워야하는가에 대한 답을 낼 정도까지요. 그렇게 우물파듯 파다보니 슬슬 여러단원들이 쭈욱 연결되기 시작하더군요. 가령 극한에서 적분까지 고속도로 뚫리듯 유기적으로 연결도 되었고.
"아, 결국 이 모든게 '극한'이라는 개념에서 이어지는 거구나."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전 수학적 정리나 공식의 증명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 수많은 질문들에 막강한 답을 내놓는 머리 속 메커니즘이 증명이었으니까요. 이과생들 중의 대부분이 삼수선의 정리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합니다. 증명해보라고 하면 다들 아 그거 왜 증명을 하냐며 불평하구요. 증명을 몇번 하다보면 자연스레 이 교육과정에서 내게 요구하고 있는 수학적 논리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건데, 그저 알고있다고 생각하고 문제 푸는데 급급하게 되죠. 하나하나 아무것도 빼먹지 않고 다 증명하는 버릇을 들이다보면, 남들이 갖지 못하는 시야도 가지게 됩니다. 해설서가 별로 좋지 않다고 느낌이 오는 경험들을 비롯해서 생각지도 못한 단원에서 특이한 풀이가 생각나기도 하구요. (가령 풀이가 긴 수1문제가 벡터로 해석되는 경험들 말입니다.) 꼭 이런 경험들이 좋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하려는 말은 저런 느낌이 들정도로 개념을 팠다는 거죠.
전 맹세컨대 6월평가원이 끝날때까지 문제풀이 신경한번 써본 적 없이 개념공부만 죽어라고 했습니다. 7월부터 기출문제 보기 시작했고, 9월평가원쯔음부터 봉투모의고사 사서 풀었구요.
저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머리가 좋은 사람은 더더욱 아니구요. 부끄럽지만 마킹실수로 강점인 영어에서 미끄러지기도 했구요. 다만 제가 공부하며 들었던 생각에서 털끝만큼이나마 좋은 영감을 얻어 성적 향상이 있을지도 모를 후배가 한명만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일 뿐입니다. 저보다 훨씬 좋은 조언을 해주실 수 있는 많은 분들이 더 나은 조언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제 의견일 뿐, 저는 강사가 아닙니다. 참고하시고 좋은 의견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생각지도 못하게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그저 이렇게 긴 글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있을까 해서 끄적여 보았습니다. 이 긴 글의 바탕엔 단 한번에 날아오를 수 있는 날개를 찾지 말고, 기어서 절벽을 올라가겠다는 각오가 있어야함이 깔려 있습니다. 이거 하나면 끝난다는 광고에 속지 마세요. 끝이 어디있습니까.
글을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무지 강하게 들지만 오늘은 이만 자야겠습니다. 많은 지적 기대합니다. 어디까지나 좋은 의견 공유하는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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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문법강의랑 구문독해 강의가 절실하거든요.
이명학 syntax
좋은글 감사합니다!
우와 감사합니다^^ 쪽지 답장에 링크보고 바로 와서 보는데 감동이네요 ㅎㅎ
잘읽고 잘 배우겠습니다^^
수학 봉투모의고사가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