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그리고 성찰
.. 저는 어렸을적 굉장히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였습니다. 비가오면 빗소리를 감상하면서 시를 쓰고길가에 파는 병아리들이 불쌍해서 반나절동안 보다가 할머니를 졸라서 집에데려와서 키우는..울보에 소심한 꼬맹이였죠.그런데 어찌된일인지 나이를 먹을수록 눈물도, 감정기복도 줄어들게됬습니다. 남들이 슬프다고 할때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개콘을 봐도 웃지 않게 됬죠. 지금의 저는 그에 비하면 양호한편입니다.어느덧 초등학교 졸업식날,같은반 여자애가 울더라구요. .. 솔직히 그냥 어리다고만 생각했습니다.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는데 왜 해가 지는걸 아쉬워하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슴 한구석이 가려웠지만 슬픔이라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흥분이었습니다.중학교 졸업식날은 더 담담했습니다. 전부 남자밖에 없어서 그런지 감동도 슬픔도 없고,공부열심히 하자라는 말, 그리고 열심히 하면 서울대갈수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담임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말씀, 마치고 뭐 먹을지 친구들이랑 고민하던 모습정도만 기억날정도로요.그런데 이번엔 조금 다르더군요.수시 논술시험을 치러 갔다온 이후 pc방 독서실 집 학교 복싱관에서만 생활해온 저는 입는 옷이 쫄쫄이 체육복이랑 그냥체육복 2가지밖에 없었습니다.나름 반장인데졸업식날 쫄쫄이를 입고 가는건 예의가 아니다 싶어 급하게 겨울패션을 연구하던 중 갑자기 슬펐습니다. 이때까지와는 분명히 다른, 가슴한구석이나머리에서 작용하는게 아니라 심장이 뛰면서 온몸에 슬픈 피를 전하는듯한 느낌이랄까요.처음에는 그냥 입시에 실패해서 그런건줄 알았습니다. 나름 열심히 했지만 수능을 망했으니까요. 근데 저는 긍정적인 성격이라 이미나름 재수 각오를 했었거든요.왜 슬픈지 알수 없었습니다.그러다가 졸업식을하루 앞 둔 오늘 친한 친구들과 밥먹고 놀다가 들어왔습니다. 하.. 설사과, 연경, 성심리..참 친하게 지냈었는데 다들 대학 가더라구요. 휴대폰 없던 친구들이 스마트폰을 새로사고, 머리볶고..저는 중학교 2학년때 샀던 슬라이드폰에짐승(Just Animal)그제서야 비로소 알것같더군요. 이때까지는모든 친구들이 다 같이 대학입시를 위해뛰어왔지만, 이젠 친구들과 떨어져 저 혼자 따로 1년 더 뛰어야한다는걸요.모두들태어나서부터 커리큘럼에 맞추어 살아갑니다.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직장생활그렇기때문에 졸업을 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죠. 앞사람, 혹은 그가 달린발자국을 쫒으면 되니까요.제가 태어난지 이제 20년, 이제야 제 길앞에서 발자국이 희미해지기 시작해진것같네요. 예전에는 삼수,사수를 결정한게대단한 결정이라는 글을 보면 코웃음이 나왔습니다.몇년동안 공부해서고작 수능시험응시하는게 뭐가 대단하다는건지..근데 이젠 알것같습니다.그분들은, 그리고우리가 존경하는 위인들은발자취가 없는 길위를 걸어갔다는걸요. 그리고 그 위를 걷는게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하는것이었는지를요.저는일반인들과는 다른 특별한 사람이 되고싶었습니다. 근데 고작발자국이 희미해진것가지고 슬프고, 서글퍼지다니.. ㅋㅋ어머니가 태워주시는 유모차를 타고가는 갓난애기였던것같네요.어쩌면 타인과 같아질바에는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저에게 있어서 재수는 필연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미리 제가 갈길을 조금이나마 보여줘서 고맙다고 신에게 전해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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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많이 위험해보여
포기도, 주저하지도 말고 밀고나가시길
그대의 발자국 자취 하나하나가 후의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될지니
어지러이 걷지 말기를 (김구선생께서 남기신 말)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옵니다.
지나간 과거에 아련해 하지도, 아직 보이지않는 미래에 설레지도 마시길.
현재에 충실하여 좋은 결과를 얻으시면 좋겠습니다.
행운이 깃들기를
허허...
공감가네요. 특히 재수 N수 ...옛날엔 쉽게만보이던게..
열심히 1년 더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