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학년도 성균관대 의예과 정시 면접 후기
우선 성대 의대 결과가 발표 난 뒤에 면접 후기 올리는 이유는 떨어지면 제가 나쁜 예시가 되니까 그렇게 기억되기는 싫어서...ㅋㅋㅋ 이해해주세용 결과는 최초합격했습니다.
원래 원서철이 되면 들어와서 눈팅하고 여론만 살피던 사람이(여기서 이미 재수 이상인 거 확정이죠?ㅋㅋㅋ) 이렇게 면접 후기로 첫 글을 적는 이유는 제가 면접을 준비할 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을 다음 입시를 준비하시는 분들께서는 겪지 않으셨으면 해서입니다. 정시 면접은 기출문제도 안 올려주고(솔직히 이건 입학처가 좀 바뀌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학교별로 어떤 스타일로 나오는지에 대해 정보도 없기에 혼자 준비하기 막연한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수시 문제를 집중적으로 학습하거나 학원을 다니자니 pf인데 굳이?라는 생각도 들고...
결론적으로 학원 다니시면 좋긴 합니다. 당연히 돈 주고 배우는건데 안 좋을 리는 없겠죠. 하지만 다양한 사정으로 인해 다니기 어려운 분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제 답변이나 글을 맹신하진 마시고 결격 사유에 해당되지 않기 위해서는 저렇게 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구나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로 여러 입시 커뮤니티 살펴보시면 다른 연도의 면접 후기도 찾으실 수 있습니다. 그런것까지 참고하여 성대의 스타일은 이런거구나 하고 감을 잡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설이 길었는데 각설하고 성균관대학교 의예과 정시 면접 후기 시작해보겠습니다.
저는 오전1조와 오전2조 중 오전1조를 배정받았네요. 오전1조에 65명, 오전2조에 64명 배정된 것 같던데 나중에 대충 숫자 세보니 오전1조 중 면접에 실제 오신 분은 45명쯤 되는 것 같더라구요. 결시가 굉장히 많은 거 보고 놀랬던...
면접은 ABCDE 다섯 조로 나눠서 각 조의 n번이 동시에 2분간 문제를 풀고, 5개의 방으로 각각 들어가서 8분간 교수님과 화상 실시간 면접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1인당 15분 내외로 공지사항에서 봤던 것 같은데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총 면접시간이 10분으로 줄었더라구요. 그리고 같은 이유에서인지 작년인가 재작년에는 3개의 조로 나눴다던데 이번에는 5개로 나눴더라구요. 이 조는 저희가 뽑는 건 아니고 이미 배정되어 있었고 각 조에서 순서만 제비뽑기로 뽑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B조를 배정받았고 가서 제비뽑기로 뽑은 순서가 3번이라고 한다면 그때부터 B조 3번으로 불리며(블라인드라 이름 말하지 말라고 강조 많이 합니다) A조 3번, C조 3번, D조 3번, E조 3번과 동시에 문제를 풀고 방에 들어가서 면접을 진행한 후 동시에 나오게 됩니다.
면접 내용은 대강 이랬습니다. (인사 및 경어체 생략)
제시문 : 장발장이 어린 조카와 생활고로 인해 빵을 훔쳤고 그게 걸려서 감옥을 갔고 감옥에서 나온 뒤 은식기를 훔치다 걸렸다 뭐 이런 내용...(우리가 이미 다 아는 소설 내용 그대로)
질문 : 이때 수험생 본인이 주교라면 경찰에게 어떻게 말하겠는가? 은식기를 훔쳤다 말할 것인가 아니면 줬다 말할 것인가? 그 이유는?
->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2분간 준비하고 면접 보는 방에 들어갑니다.
답변 : 나는 훔쳤다고 사실대로 말할 것 같다.(여기서 교수님이 자기 종이에 뭔가 슥슥 필기하던데 속으로 개쫄..ㅠㅠㅠ 잘못 말한건가 싶기도 하고) 거짓말은 그 의도가 선하든 악하든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항상 사실대로 얘기하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이 있다면 해결하려고 노력하여야지 거짓말로 상황 자체를 모면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장발장의 사정을 다 아는 입장에서 심정적으로는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장발장의 사례에 거짓말을 허용하게 되면 어느 선까지 거짓말을 허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점이 또 발생하게 되고 이는 결국 원칙(법을 말하고 싶었는데 조금 거창해서 이리 얘기함)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을 낳게 된다. 또한 나의 거짓말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 당장은 좋다고 생각해도 나중에 생각하면 최악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일단 훔쳤다고 얘기하고 그 이후에 장발장이 조금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예를 들어 당장은 영치금을 조금 넣어준다던지, 장발장이 출소 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를 모색해본다던지, 조금 더 근본적으로는 장발장과 같이 생계형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향을 생각해본다던지..
답변의 이유 : 사실은 저도 1분 정도는 은식기를 줬다고 얘기한다고 정하고 그 이유를 나름대로 준비했었습니다. 근데 뭔가 기분이 좀 찝찝해서..ㅋㅋㅋ 다시 뭘 물어보는건가부터 의료와 관련하여 생각해보니까 ‘선의의 거짓말은 허용 가능한가?’에 대한 문제인 것 같아 급하게 바꿨네요. 저는 면접 준비하면서 선의의 거짓말은 무조건 안 되고 사실대로 얘기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답변을 하자고 미리 정한 뒤에 들어갔었어서 저렇게 답변을 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흔히 나오는 시한부 선고 사실대로 얘기할래 거짓말할래의 딜레마 상황을 소설을 빌려 물어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답변 이후 추가 문제 -> 이 부분부터는 생각할 시간을 따로 주지 않고 면접방에서 바로 상황을 듣고 대답해야 했습니다.
면접방 안 책상 위에 두 개의 카드가 있었는데 하나는 ‘훔쳤다고 얘기한다’, 다른 하나는 ‘줬다고 얘기한다’ 였어요. 교수님께서 답변 들으시고 나서 자신이 선택한 상황의 카드를 뒤집으라고 하시더라구요. 뒤집었더니 ‘장발장은 감옥에서 적응을 잘하지 못하고 사회현실을 원망하다 질병으로 고통 속에서 죽었다’고 적혀있더라구요. 순간 띠용...ㅋㅋㅋㅋ 이때 솔직한 제 생각은 아니 솔직히 감옥이 처음도 아니고 십년을 넘게 살고 나왔다가 거의 바로 다시 들어갔는데 뭔 적응을 못했다는게 말이 되냐;;; 였습니다ㅋㅋㅋㅋㅋ (아마 두 카드 전부 그 선택으로 인해 발생된 안 좋은 상황이 적혀있는듯 싶은데 혹시 저와 다른 카드를 선택하신 분 계시다면 댓글로 뭐라 적혀있었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튼 많이 당황해서 이 상황은 뭐지하면서 머리 이따만시 굴리고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먼저 질문하시더라구요. 여기서부터는 대화로 적을게요. (경어체 생략)
교수님 : 적혀있는 내용을 이해했나? 혹시 이러한 결과를 예상했나?
본인 : 아.. 감옥에 적응 못 하는 것까지는 생각했는데 죽는 것까진 생각 못 했다. (사실 둘 다 생각 못 했는데 좀 당황해서 아무 소리나 한 듯. 끝나고 복기해보니까 웃기긴 함ㅋㅋ)
교수님 : 그러면 이 결과를 보고 다시 그 선택의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선택을 바꾸겠는가?
본인 :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줘라. (20초쯤 있다가) 그래도 난 바꾸지 않겠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원칙을 깨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결과의 심각함의 정도로 도덕적 판단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부턴 앞에 했던 얘기 거의 똑같이 한 듯... 솔직히 말해서 잘 기억이 안 나고 면접 끝나고 나서도 제일 아쉬운 부분ㅠㅠ
교수님 : 그럼 비슷한 상황을 들어보겠다. 의대에 들어와서 시험을 보는데 한 학생이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장학금을 받기 위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려고 한다. 이때 지원자는 어떻게 하겠는가?
본인 : 우선 그 친구의 상황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할 것 같다. 그 친구가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등등에 대해서 물어볼 것 같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같은 이유로 그 친구에게 그건 아닌 것 같다, 부정행위를 하지 말라고 설득할 것 같다. 그리고 정직하게 시험을 쳐서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 성적 장학금 말고도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이 있는지,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제도가 없는지에 대해 같이 알아봐주고 최후의 방법으로 민간장학단체에 지원해서 장학금을 받는 방식도 권유해볼 것 같다.
교수님 :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부정행위를 저질러서 시험을 봤고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이 때 어떻게 하겠는가? 신고하겠는가?
본인 : 나도 집안 형편이 여유로운 것이 아니라서 저 친구가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 중 신고하는 방안이 최선이라면 그렇게 할 것 같다. 앞서 장발장과 관련된 선택에서 말했던 이유와 같다. 원칙은 원칙이고 우리는 해결책을 찾아야한다. 또한 앞서 결과의 심각함의 정도로 도덕적 판단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친구가 장학금을 받아서 이 친구보다 가정형편이 훨씬 더 어려운 친구가 못 받게 되었다고 해보자. 이런 상황에서도 선택을 바꿔야하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 여기 뒤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 중에 최선의 방안이 신고인가에 대해서 아주 깊게 고민해 볼 것 같다라는 식으로 더 얘기를 붙이고 싶었는데 시간 다 되었다고 밖에서 면접 진행하시는 분이 문 열고 들어오셔서 급하게 교수님이랑 마무리 인사만 하고 밖으로 나갔네요. 아주 그냥 칼같이 끊으시던...
또 나중에 면접 끝나고 찾아보니 장학금은 공적 영역에서의 문제이고 장발장 문제는 사적 영역에서의 문제라는 견해도 있더라구요. 일부러 장학금 상황을 선택해서 물어본 것 같다구. 제 생각에는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느냐도 핵심 요소였던 것 같은데 저는 거기까지는 생각을 미처 못 했네요.
그렇게 면접 끝나고 대기실에서 설문조사 마치고 1시간쯤 대기하다가 10시 20분인가 30분인가에 나가게 해주더라구요. 아마 오전2조 입실 다 하고 나서 내보내준 것 같은데 이건 확실하진 않아요. 문제가 같아서 그런가..?라고 추측만 했습니다.
면접과 관련해서는 다시 생각해봐도 저게 8분이 맞는가 싶습니다. 체감상으로는 10분보다도 더 길었던 것 같은데...
암튼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면접 준비는 다른 학교 기출문제도 면접후기 보시면서 많이 풀어보시면 좋고 내가 진짜 의사가 되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많이 생각해보세요. 면접을 준비하면서 저도 생각이 많이 바뀐 부분도 있고 스스로 성장한 부분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면접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진짜 의료인으로서 어떤 가치를 좀 더 중점적으로 둘 것이며, 답만 쫓으며 해오던 공부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답이 없는 상황에서 의사로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게 바람직할까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준비하시면 큰 문제 없이 통과하실 수 있으실겁니다. 모두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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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생활, 봉사활동 이런것도 물어보나요?
일단 저의 경우에는 물어보지 않았어요. 확실치 않지만 블라인드 테스트라 물어보는 것 자체가 안 되는 것 같던데.. 우선은 위에 올린 글이 제 면접의 전부를 다 적어놓은 거에용
감사합니다! 제가 검고생이라 면접 볼때 저런거 걱정했는데 다행이 없나보네요
서울대 의대는 다른 사람 후기 보니까 학교 다니면서 봉사활동 물어봣다고 해서 ㅜㅜ
P/F도 간단하게 생각하면 안되는군요~
나라면 주교는 깨우친 지식인이고 사회의 부조리를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부조리를 타파하기위해 부조리의 희생양을 돕는게 맞다라고 말할 거 같아요. 저는 도덕이란것에 절대성은 없고 시대와 상황에 따라 유동성을 띈다고 생각하거든요. 거짓말은 때와 상황에 따라 너무나도 쉽게 변하죠. 살인자가 나에게 누군가의 행방을 물을 때라던가... (침묵하면 다른 사람에게 가서 묻겠죠.)
주교입장에서 진실은 장발장의 죽음을 부를 수도 있는 것이고 은식기는 먹고살 걱정이 없는 주교에게 한 사람의 생명을 위해 포기할 수도 있는 것이고.. 하니까요. 여기서 거짓은 장발장의 삶과 어쩌면 뉘우침과 감사함과 등등 많은 선순환을 이뤄내게 되고요.
넵 그것도 좋은 답변인 듯 하네요. 저 질문에 대해 정해진 답은 없는 것 같아요. 각자의 논리 안에서 그 논리에 맞게만 주장한다면 뭐든 답이 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제가 방금 좀 살펴보니 줬다고 얘기한다의 카드를 뒤집었을 때 결과가 장발장이 시대의 대도적이 되었다라네요ㅋㅋㅋ 어이없긴 한데..ㅋㅋㅋ 혹시나 윗분과 같이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여기에 대한 답변도 함께 생각하는 게 좋을듯해요!
와 ㅋㅋㅋㅋ 재밌네요~ ㅎㅎ 여기서는 님이 언급하신것과 비슷하게 결정되지 않은 미래의 결과가 현재의 도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식으로 답해야 할것 같네요...!
오전2조 30명정도 왔던 것 같습니다
제 그룹에 할당된 인원이 16명이었는데 저 포함 5명밖에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