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UIT [161688] · MS 2006 · 쪽지

2014-08-13 15: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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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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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수능이 3달 남았다고 합니다
말복이 지난지 얼마 안된 한여름이죠
온갖 되도않는 마지막 계획을 남발하는
누구나 막판 스퍼트를 노리다가 더위에 속수무책으로 침몰하는
각종 자극적인 명언이나 D-XXX일 따위에 이제는 아무 느낌 없는데도
D-두자릿수 보고 한번은 뜨끔해보는
그런게 수험생의 여름일 겁니다

저는 이 여름에 상당히 약한 편이었어요
게다가 상당히 자만한 편이었고, 수시로 서울대 카이 넣고 놀았습니다
카이에서 상 받은것도 있고, 입학처장인가 총장인가 하는 사람이 나와서 큰 하자만 없으면 붙이겠다 했죠
그때 당시 모의 440/500이면 연고대는 가는 점수였는데, 아무리 점수가 떨어져도 여긴 붙겠다 싶었어요
붙어서 억울하지 않을 곳만 쓰고, 카이 최종전형 낙방의 충격에 며칠 밤을 샜습니다
수능을 망쳤고, 정시를 넣지 않고 재수했죠

참담했어요
동네에서 저는 상당히 유명한 신동이었는데
덕분에 찹쌀떡 초콜릿 같은것도 많이 받았죠
수능 끝나고 오니 다 먹지 못한 찹쌀떡 등이 냉장고에 참 많았어요
멍하니 찹쌀떡을 꺼내서 먹는데
이대로 목이 막혀 죽었으면 좋겠다 싶더군요

재수때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랐어요
오자마자 채점을 해 보았는데 총 7개 오답, 모니터를 잡고 안도하면서도 수학과 생물이 불안했죠
수학은 6월 9월과는 달리 웬일로 쉽게 나와서 실수율을 줄이지 못한 걸 땅을 치고 후회했어요
생물은 고작 2개 틀렸을 뿐인데, 2등급 예고가 떠 있었죠

느꼈어요 아 나는 이번에도 최선을 다하지는 못했구나
의대는 목표가 아니었기에, 5개 오답이었던 6월 성적표를 보고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충분히 더 잘 볼 수도 있었고 어쩌면 인터뷰도 가능했을겁니다
못내 과거의 자신에게 부끄러웠습니다

대신 정시논술에 매진했습니다
메가에는 안정도 소신도 모험도 아닌 (예상) 불합이 떴고
제 개인 분석으로는 내신 0.8배수 수능 0.6배수였기에
논술 1배수를 목표로 하고 공부했습니다

미탐 미영은 안 다녔습니다
수III (이렇게 불리는 파일이 있었어요) 물II 화II 생II 지I ...
하이탑 숨마에 나오는 문제, 논술 기출 및 xx학원 모의는 다 풀어본 것 같네요
이 정도 했으면 붙일수밖에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시험장에 들어갔고
합격자 예시답안으로 홈페이지에 등록되는 영광을 얻었죠



정시논술이 없어져버린 지금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은
지금 최선을 다해보시라는 겁니다

여러분이 목표로 하는 그 대학, 컷에 맞춰 들어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자신에게도, 더위에게도 지지 않고
나중에 추억할 만한 거리를 만들어 두세요
수험생 신분으로 있을 시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요

자신의 끝을 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사람인 이상 누구나 완벽하지 않으니
미래는 누구에게나 불친절하고 거칠기 마련이니
노력하냐 / 하지않냐 선택지에서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옳은 선택을 하세요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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