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는소년 [515854] · MS 2014 · 쪽지

2015-06-16 12:19:47
조회수 1,559

문자/게임/스마트폰이 망친 독해력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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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쓴 글입니다.

문자, 게임 외에도 인터넷 기사검색 줄이세요. 당연히 오르비도 너무 많이 보지 마시고요.

과도한 문자메시지 사용으로 독해력에 문제가 생긴 학생이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글 이해에 관한 지식도 함께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이 학생은 조급하기보다 꾸준했고, 금방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제가 해준 조언을 답습하기보다 나름대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실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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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학생들을 만나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앞으로 몇 개월을 주변의 도움 없이 혼자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인지라 여기저기 멀리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모임이 끝난 후 한 여학생이 남아서 질문을 했습니다. 그 학생의 모평 성적은 5등급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와 이후 어떤 생활을 했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고등학교 내내 거의 공부를 하지 않았고, '문자만 하며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핸드폰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자세여서 그런지 지금 인상은 많이 차분하고 진지했습니다.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학생은 글을 읽어도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모임 전에 처음 저에게 보낸 쪽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학생에게 동의를 구한 것입니다)


문과구요 다른과목은 이번수능을준비하면서 공부를거의 처음해보는거라 성적이 많이 낮습니다..ㅜㅜ
국어는 오늘 6평에서 별의밝기지문같이 정보가많은지문은 시간이 매~우 오래걸리거나 손도못대는경우가 태반이에요
다른비문학지문들은 문단간의 호응과흐름을 나름파악하며읽는데 과학지문은 그게안되다보니 읽고나면 머릿속엔 마지막문단만남아있어서 문제풀땐 항상 다시 지문으로돌아가서 하나하나씩 다시읽고 찾아내는식으로풉니다..
문학은 해석자체가 잘 되지않아서 선지를읽으면서 파악하는데 이것도 선지에 휘둘려서 귀에걸면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식의 해석으로 문제를 풀구요 ㅜㅜ
화작문은 심리적압박감때문에 집중하여읽지못하고
문제에서 뭘묻는지 제대로 파악을못해서 같은지문,선지,발문을몇번이고 다시읽습니다 시간도 많이뺏길뿐만아니라 실수도많이합니다....


위 학생처럼 읽는 데에는 문제가 없는 듯 보여도 5등급을 받는 학생도 있습니다. 자신의 상태에 대한 자각 능력도 학생마다 달라서 문제가 있는지 모르거나 과하게 걱정하기도 합니다.


제가 위 쪽지로 여러분께 보여드리려 한 것은, 

문자, 게임, 서핑이 주는 폐해 - 과다한 사용은 위 학생과 같이 독해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는 것과  띄어쓰기를 하지 않은 것에서 이 학생은 띄어 읽기를 하지 않고 있을 것으로 추정 - 통사적 해석이 원만하지 못할 것이란 추측.... 읽기에 문제가 있더라도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고 본인조차 알기 어렵기도 하다는 점


문자와 카톡에 매달리는 학생 중에서 이제 그만 손을 놓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저 학생에게 필요한 것을 알려 주었고 곧바로 집에 돌아가서 시작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임상적으로 경과가 좋으면 후기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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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보셔서 내용 추가합니다.

공개강의 참석 후 별도로 저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답장을 받았습니다. 아래 쪽지에 이 학생이 시작한 읽기 연습은 이 학생의 특수한 필요사항에 맞게 노력하도록 권고한 것 중 첫 단계입니다. 그러니 다른 분들이 참고하시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어제 세미나 참석한 여학생입니다!
선생님 덕분에 어제 너무나 많은걸 알고 깨닫고 배워갔습니다.
글 읽는게 단순히 눈 똑바로뜨고 정신만 똑바로 차려 읽는것이 아니라
문장 안에서의 단어 하나하나에도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고 흐름이 있는 것을 어제 세미나를 통해서 알게 됬습니다.

또 근본적인 저의 문제점을 알게되어 좌절은커녕 오히려 너무너무 기쁩니다.
수능을 치뤄야하는 입장에서 5개월은 저의 나쁜습관을 고치고 공부를 하기엔 짧다고 생각이듭니다만 단순히 수능이 아니라 저의 생활에있어서 예전보다 나은 삶을 살고 좀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것같아 정말로 정말로 행복합니다.


선생님께서 조언해주신대로 글을 소리내어 읽고있는데 어제는 시간이 너무 늦어 신문을 3기사만 보고 잠을 잤고 오늘은 기사21지문(3장)을 소리내어 읽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글의 위쪽을 보며 읽고있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의식하며 글자의 중간을 보면서 읽었습니다.
예전에는 뒷문장도 보여서 소리내어 읽을때 별로 끊김이 없고 억양이나 톤도 자연스러웠는데 글의 중간을 보면서 읽으니까 경직되고 문장에서 숨도 제멋대로 쉬고 억양이나 톤도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아 그리고 선생님께서 기분을 코멘트해달라고 하셨는데 좋고 나쁘고 슬픔의 기분인지 위와같은 느낌?인지 확실히 알고싶고 읽는 분량도 적진않은지 궁금합니다 !
끝으로 어제 좋은 시간 마련해주셔서 선생님께 너무너무감사드립니다!!!!

 

* 글 중간을 보니까 오히려 경직되고....등 읽기 어려워하는 증상?같은 것이 나타났다고 하지요. 예상되는 바는 있지만 지금은 시작한 연습을 계속 하면서 두고 볼 필요가 있어 특별히 변화를 주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학생 :

오늘은 아침에 늦게 일어나 신문은 읽지 못하였고 자습실에서 비문학 인문지문 8개 기술지문 1개를 읽었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글과 글 사이의 빈 공간을 보는 습관은 어느 정도 나아졌습니다. 문장의 주어를 까먹는다거나 내가무슨 글을 읽고 있었는지 잊어버리는 현상은 예전보단 나아졌지만 아직까지 글을 읽는데 있어서 빈번합니다..ㅜㅜ 글을 쭉 읽지 못하고 꼭 전에 문장을 간략하게 다시 읽어봅니다. 그래도 집중하며 읽으려고 노력하니 다시 보는 횟수는 줄어든 것 같습니다. 자습실에서 읽느라 눈으로만 읽었는데 소리 내어 읽는게 더 읽기에 수월하고 이해도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답 :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것이 불과 사흘 동안의 변화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계속 변화가 있을 것이고 일단은 빨리 변하는 것부터 좋아지지만 앞으로 늦게 좋아지는 것들이 서서히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면 두어 주 후에는 아무 변화가 없는 듯 정체되는 날이 오겠지요. 하지만 그때도 계속해야 합니다.

글을 읽다가 되돌아가서 다시 읽거나 되돌아가야 하는 필요성(기억 못하는)이 있는 건 보통 사람들에게 15%정도가 있는데 매 문장마다 그러는 것처럼 평균보다 높은 비율로 되돌아간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겁니다. 아직은 문제가 있지만 앞으로는 나아지겠지요.

일반적으로 소리를 내어 읽으면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지만 학생은 글자를 소리값으로 바꾸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소리내어 읽는 것이 더 수월하고 이해가 잘 되는 것입니다. 한참 더 읽으면 소리내지 않고 읽는 것이 더 이해에 수월해집니다.

우선은 편하게 읽어지는 것을 계속 읽으세요. 너무 도전적으로 어려운 지문을 읽으려 하지 말세요. 급하면 안됩니다. 편안한 글을 충분히 읽어야 합니다. 잠깐 시합 나가자고 벼락치기 연습하는 것이 아니니 어제와 같은 수준의 읽기라도 똑같이 계속해 나가세요.

[독해 연습이 즐거워야 합니다. 동기가 있어야 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버겁지 않아야 합니다]


학생 :

선생님~ 요즘 고1 학평풀기와 신문읽기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신문읽기는 요즘 들어 꾸준히 하질 못했어요..ㅠㅠ 대신 (종이에 인쇄된) 학습칼럼 읽기는 매일 꾸준히 1~2시간정도 읽고 있습니다!

[신문이 독해 연습에 좋은 교재는 아닙니다. 하지만 핸드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화면이 아닌 종이 인쇄물이어서 눈의 피로가 덜하고, 해상도가 높으며, 스크롤이 없어 시선의 움직임이 적으며, 읽을 기사를 선택하기 위해 눈을 움직일 때 수동적이지 않아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글의 구조가 단순해서 이 학생에게 적합했습니다 ]


요즘 바뀐 게 있다면요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라기보다는 예전에 비해 저의 부족함을 저 스스로 자각하고 글을 읽을 때 긴장하며 읽습니다. 전엔 글을 읽어도 머릿속이 하얘서 진짜 말 그대로 눈 운동만하고 내가 무슨 글을 읽는지, 심지어 읽은 문장의 주어도 기억이 나질 않았는데 요즘은 머릿속이 비어있다고 느끼면 읽은 내용이라든가 글자의 의미를 떠올리려고 노력합니다! 덕분에 많이는 아니지만 읽는 속도도 조금은 빨라졌습니다. 사소하지만 예전과 다른 저의 모습이 신기합니다! 변화하는 것을 직접 느끼니 더더욱 기분이 좋습니다 ㅎㅎ

[ 글을 읽을 때 무엇에 생각을 기울여야 할지 알게 되었고 글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이것을 독자로서의 자존감이 향상되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예전엔 글 읽는 것이 그렇게 크게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가끔 내가 난독증이 있나 보다...라고만 생각했지 살면서 글읽는 것을 통해 내게 플러스요인이나 마이너스 요인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글을 올바른 방법으로 읽어보니 시작한진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글을 통해 제가 느끼는 바, 깨우치는 바, 얻어가는 바가 너무너무너무 많습니다. 정말로 신~기합니다. 특히 시가..너무너무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ㅎㅎㅎㅎㅎㅎ 늘 쪽지 끝에 쓰지만....항상 너무 감사합니다!!!!!!!

[ 난독증이라는 용어는 쉽게 대할 수 있지만 사실 난독증인 분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들었기 때문에 자신이 난독증인가 하면서 어떤 ‘증세’가 있는 심각한 약점의 굴레를 스스로에게 씌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난독증은 정말 심각한 읽기 장애이지 읽고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건 해당되지 않습니다. 시가 재미있다고 하는 건 그만큼 읽은 것으로 인해 활발히 생각하거나 느낄 수 있다는 것이며 그것을 자신있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


학생 :

예전보다 아주 많이 나아졌어요~

물론 기출도 보던 거 계속 보고 익숙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그래도 예전처럼 글자만 맹목적으로 읽기보단 글의 주제가 뭔지, 이 글의 초점이 뭔지 생각하며 읽어요~ 그렇게 하니까 비문학 지문이 훨씬 수월하게 읽히더라구요!

그래도 가끔 글자에 정신 집중이 안되고 읽히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땐 글자 위에 펜을 올려놓고 글씨를 가린 다음 읽을 차례가 되면 펜을 옮기면서 읽어요. 그러면 눈이 글자 위로 집중을 할 수 있으니 그나마 집중이 잘 되는 것 같더라구요!

[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던 연습 방법을 스스로 고안해서 할 수 있었던 것은 독해 ‘원리’를 배웠기 때문입니다. 열의가 있으니 올바른 방향을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용기있게 나아갔습니다 ]


위 학생은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를 알려주었을 때 열심히 했습니다. 알려준 대로 열심히 할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을 더 해야 할지를 생각하며 노력했습니다. 자신을 계속 지켜보면서 지속해야 할 것과 달리 해야 할 것을 자신이 결정했습니다. 조금씩 변화를 느끼면 매우 기뻐하면서 그 변화를 희망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실제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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