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력이란 곧 뇌피셜 - 대화와 독해의 차이
글을 잘 읽는다는건 무엇일까? 글 또한 인간 사이의 소통방식이기에,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소통인 대화와의 비교 속에서 그 핵심을 찾을 수 있다.
대화는 일반적으로 즉각적이다. 상대방의 말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얼마나 명료하고도 순발력있게 전달하는 지가 대화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이다. 명료함과 순발력. 이 두 요소가 원할하게 기능하기 위해선, 생각은 결코 유예되거나 축적되어서는 안된다. 상대방에 말에 대한 과다하게 깊은 생각은 외려 대화의 흐름을 전복시키고 만다. 대화에 놓인 인간은, 따라서 드러난 상대의 말의 표층만을 빠르게 간파함으로서 핵심을 간결하게 파악한 뒤, 이를 바탕으로 명료한 대답을 수행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때의 파악이란, 빠른 시간내에 대답을 해야한다는 시간적 제한 탓에 언어만으론 그 정확성을 담보할 수가 없다. 이는 대화에 있어 말보다도 비언어적, 반언어적 표현들에 크게 의지해야만 할 필요성을 의미한다. 이때 필요해지는 것이 '눈치'다. 즉 대화가 표층적 의도의 층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입밖으로 표현된 언어를 넘어 밖으로 삐저니오는 감정, 다시말해 상대의 말을 둘러싼 감정과 기분을 바탕으로 그에 눈치있게 응답하는 것이야말로 대화의 기작인 것이다. 결국 대화란, 그 형식상 '눈치'를 바탕으로한 감정의 공유가 그 핵심이며, 따라서 근본적 목적 또한 서로의 감정에 대한 (즉각스럽기에)자연스러운 교감에 있다.
반면 독해는 이러한 기작에 근간을 두지 않는다. 대회와는 달리, 글은 읽는 이에게도 쓰는 이에게도 시간적 자유를 허락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이는 눈치에 의거한 감정적 표현들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기에, 오로지 자신의 말의 논리와 형태를 다듬는 데에 열중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 읽는 이 또한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말의 표층 밑을 흐르는 흐름에 맞춰 생각을 흘려보낼 넉넉한 시간을 가지게 된다.
대다수 경우 독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너무도 대화에 익숙해저 있음을 뜻한다. 즉 오로지 눈에 들어오는 표층적 의미만을 바탕으로 빠르게 나의 대답(이해)을 도출해야만 할 것 같다는 막연한 익숙함이 글의 이해를 막고 있는 것이다. 이 익숙함은, 독해에 있어서는 결국 조급함에 다름 아니다.
독해의 핵심은 '뇌피셜'이다. 첫문단 혹은 첫문장을 읽음과 동시에 시작되어 글의 마지막을 읽을 때까지 끊임없이 뇌피셜의 흐름을 이어나가는 것이야말로 독해의 전부이다. 글의 처음 부분을 이해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글의 첫부분은 결국 글의 마지막을 상정함에서야 비로소 하나의 의미단위를 지니게 되기에, 진정한 의미의 이해란, 글의 마지막을 읽음에서야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이런 첫문장으로 글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뇌피셜로서 만들어가고, 그 정확도를 점차로 높여나가, 마침내 글의 끝부분에 다가가서는 글쓴이의 의미와 거의 부합하는 뇌피셜임을 스스로 확인함으로서 글의 독해가 완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글을 정확하게 읽어나간다는 것은, 읽는이 스스로가 만들어낸 뇌피셜의 흐름을 끊임없이 글의 내용과 대조해나가는 지긋한 과정을 의미한다. 특정한 단어가 어떤 식으로 바뀌어 표현되어지고 있는지를 바탕으로 그 의도에 대한 뇌피셜을 만들고 이를 그 다음 문장을 바탕으로 그 경우의 수를 줄이고 늘려가는 과정, '즉' '그러나'라는 단서가 담보하는 의도의 정제 속에서 읽는 이의 뇌피셜을 차근히 갈무리해나가는 추측의 과정등은 결국 모두 뇌피셜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테크닉에 해당한다.
이 과정을 성실하게, 한 단어 단어의 의도를 추측해가며 지긋하게 수행해나가는 노력의 결과끝에 찾아오는 뇌피셜에 대한 직관적 확신이야말로 독해력이다. 첫문장만으로도 해당 문단이 어떤 의도로 쓰여진 것임을 높은 정확도로 추측할 수 있는 능력, 나아가 해당 문단을 읽는 것을 곧 자신의 뇌피셜에 대한 검증과 동치시킬수 있는 능력. 그러한 과정에 대한 숙달을 바탕으로, 글들의 일반적인 형식들을 유추하고 익힐 수 있는 능력. 그로부터 무엇이 좋은 글이며, 나쁜 글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잣대가 탄생하며, 그렇게 마침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얻게되는 것이 독해력의 진정한 가치인 셈이다.
--------
과외하러 가는 와중에 왜 학생들이 독해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가 너무 대화에 익숙해서인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버스에서 쓰게 되었네요. 국어 영어 수능 지문들 또한 보다 더 올바른 독해를 할 수 있는지에 많이 집중하고 있는 것 같구요. 제가 수능칠때는(17수능...) 사실 암기의 스킬을 묻는 것에 가까웠던 것에 반해서, 요즘 수능문제들이 훨씬 좋게 느껴지는거 같네요..ㅎㅎ..... 반응이 있으면 계속 써보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진짜 짜친다 1
나머지 다 있는데 메인인 서바만 없음 돈 주고도 실물로 못 풀어
-
재호햄 개멋있다 0
영어 95에 수학 선택 다 맞추시네 와
-
1합 3입니다 노베라는 가정하에 고정2 목표입니다
-
덕코 뜯기는 중
-
확실히 효율이 좋다 사탐이..
-
’현정훈‘ ’배기범‘ ’방인혁‘ 뭔가 한글자 한글자에서 임팩트가 느껴짐 이름이...
-
[정오뉴스] 서울시는 오늘 오전 10시 35분 안전 안내문자를 발송해 "북한의...
-
화작:20분 문학:30분(고전소설:8분 현대소설:9분 시+수필형:7분 시:6분)...
-
4규 드릴 전권 이해원1 끝냈는데 하사십이 나을까요 문해전이 나을까요? 문해전은...
-
지방약 버리고 연고공 가는게 미래 보면 더 나을거 같기도 함
-
여러분의 인사이트를 발휘해주세요 치대? 한의대? 약수? 설공? 설경 후 변호사?...
-
주제 집합 {수학, 요리, 시사, 예술} 1. ㅆㄷㅇ ㅈㅈ 2. ㅁㄹㅇ ㅂㄴㅅ 3....
-
예전에 고등학교 윤리선생님께서 헤결 변증법이론 설명해주셔서 다 아는 내용이니까 다들...
-
머가 맞는 지 모르겠어용ㅁ
-
오래된 생각이다
-
점심 거르고 4
자야겠다
-
들어간사람도있는데요뭐 ㅋㅋ
-
물리 내신때 한게 있어서 수능가서도 하고 싶습니다. 나머지 과목으로 부담없는 사탐을...
-
500이 아니라 490mL인거 짜치긴한데 뭔가 맥주아닌 맥주감성 나쁘지 않은 듯...
-
히히 똥 발싸 3
발싸 히히
-
경북대 IT 인공지능학과를 들어오노? ㅈㄴ 자괴감과 현타오네.... 시발 그냥...
-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을 고쳐야됨 1분 안에 일어나는 무의식적인 사고과정들을 하나하나...
-
사실 평균속도의 원초적 정의는 처음속도 나중속도의 절반값이 아니라(이건 등가속도...
-
추천좀여 자이같은건 좋은데 약간 해설 자체가 너무 구려서 오르비북스나 시대북스에서...
-
하는거맞지?
-
기붕이좀 살려주세요 답 204 인데.. 어캐푸는거에요?
-
현역애긔 연대식 내신 1.64인데 고대식은 1.52임ㅋㅋㅋ 아 민족고대 최고...
-
지학 도와주세요 2
ㄴ선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
씨씨할래 메디컬 가면 할 수 있겠죠? 열심히 공부하기
-
5개 매일 하나씩 풀고 온라인으로 오엠알 제출해야 해설 뜨는게 있는데 5개 한번에...
-
강x 이감수학 한수 살 돈이 필요해..
-
궁금.
-
사자성어를 따로 모아서 공부했나요? 아니면 그때그때 나오는 것만 공부했나요
-
국어 공부는 뭔가 다른과목이랑 공부하는 느낌이 다르넹 0
다른과목은 알거나 모르거나 적용가능하거나 말거난데 국어는 니가 하고싶은 만큼만 해라 그런느낌.
-
출출하군 11
-
점심 휫자>< 0
너무 즐거웡
-
분위기라던지.. 등등... 아무도모르시겠지...?ㅠㅠ
-
심심할땐 0
자기가 할 줄 알지만 수능 선택은 안한 과목들 풀어보는것도 재밌어요 저도 잘은...
-
부탁드려요 ~
-
성적 1~2에서 정체기인데 고정1로 올리신분들 어떤 공부하셨나요?
-
영단어정도만 하는게 낫겠지? 솔직히 스탐이 너무 부족함
-
기대되는군뇨 미적 해결못하면 재수확정이라 함 달려볼게요 ㅋㅋ 이해원 5일내로 끝내고 설맞이 ㄱ.ㄱ
-
성적인증 3
근데 평균 70정도에 표준편차 12~15면 나쁘지 않은 일반고인가요?
-
사탐 2과목 7월 초에 새로 시작했고 (생윤사문) 국영수 작수랑 비슷하게 나오더라도...
-
그래도 오늘부로 과외 하나 그만뒀다
-
글은 잘못쓴다.. 레벨 어케올리냐
-
타원 단축의 길이 = 2b인데 b만 구함
-
오르비 죽지마 15
ㅠㅠ
7년전 ㄷㄷ
시간 빨리 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