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시
때묻은 고양이탈 쓰고
강남 길거리 한가운데서
우두커니 앉아 한 달을 보내니
고양이탈은 내 몸에 달라붙었고
난 내가 사람이란것도 잊고
고양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장님 주신 알바비 들고
동물병원에 가서
정중히 나는 숫놈이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그 때마다 나는 쫓겨났다
그래서 서울의 모든 동물병원을 찾았는데
항상 쫓겨났다.
"나는 고양이이며 이것은 염증이 생긴
더러운 맹장과 같아서 없애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것이 있으면 난 병석에 누운 환자와 같을 뿐입니다. 이 더러운 것을 없애지 않으면 전 살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수의사는 날 더러운 맹장 보듯 했다.
그래서 난 계속 헤멨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녘,
내 몸은 쪼그라들었고
난 완전히 고양이가 되었다
그리곤 밤새 소리를 지르다
다른 숫놈과 마주쳤고 흠씬 두들겨맞았다.
다른 곳으로 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소리지르며 해매이다
고양이가 재수없게 소리지른다며
할아버지에게 다시 두들겨맞고
한강대교로 쫓기듯 몸을 피했다.
그러자 내가 사람이었단 사실이 떠올랐고
수많은 피난민들이 여길 지나는 모습이 떠올랐다.
가족 손 꼭 잡고 가는 그들의 모습
아내 손 꼭 잡고 가는 그들의 모습
놓칠까봐 손에 노끈으로 꼭 묻고
한강을 건너는 그들
"모든 사람은 죽는다. 하지만 죽기 전엔 살아야지."하며
손 꼭 잡고 뇌관 위를 걷던 그들.
"그래, 전쟁이 나도 사랑은 했었지"
라고 생각하며
다리 위에서 난 멍하니 별을 보았는데,
저 멀리 거문고자리에
직녀성이 반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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