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하지말고공부나해라 [904718] · MS 2019 · 쪽지

2023-10-13 19: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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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은 아무 의미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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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문제점은 기피과(필수의료과)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것과 지방응급의료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의대 증원을 해서는 둘 다 이룰 수 없습니다.

의대 증원해봤자 늘어난 의사들은 어차피 다 기피과보단 다른과 전문의가 되거나 수련을 받지 않고 일반의로 살 것이고, 지방 2,3차 병원에서 일하기보단 수도권에 개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겠죠.

“대폭 늘려서 의사 수입 줄여서 기피과까지 하게 만들고, 수도권 포화시켜서 지방으로 억지로 내려가게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여기서 근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려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의사 수를 늘리면 의료비가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처럼 국가에서 의료비를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면 상관 없겠지만,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세금으로 의료비의 대부분을 지원합니다. 의사 수를 저정도로 늘린다면 지금도 국민연금처럼 유지 불가능한 건보체계가 더욱더 빨리 무너지거나 국민들이 내야하는 건보료가 엄청나게 인상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일단 필수의료과 전문의 부족의 가장 좋은 해결책은 인기과 TO와 수가를 줄이는 것입니다.

지방응급의료를 늘리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지방인구가 점차 줄어듦에 따라 응급의료를 유지할 최소한의 수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지방에 대형 프랜차이즈, 대기업 등이 없는 이유와 같습니다. 아마 문과분들은 사회시간에 배워서 아실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응급의료를 확충하려면 일단 가장 중요한 건 지방인구를 늘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게 쉬운 문제는 아니니 지방응급의료를 유지할 수 있도록 수가를 추가적으로 배정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냥 수가를 늘려달라는 게 아니라 다른 수과를 줄여서 늘려야한다는 겁니다.) 또한, 지방대의대생들은 모두 지역인재로 뽑아서 조금이라도 지방에 남을 확률을 높이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역인재 기준을 현재 6년에서 12년 혹은 지방 출생자로 더 강화해야합니다.)


의사를 돈 덜 벌게 하는 방법은 많지만 그 중 의대 증원은 의료비를 늘리기 때문에 결국엔 국민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방법입니다. 차라리 기피과 제외 수가를 줄이는 것이 의사의 수입도 줄이고, 의료비도 늘지 않고, 기피과 전문의도 늘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능 한 번 잘본걸로 평생 먹고 사는 게 말이 되냐?”라는 논리에 대해서 반박하자면 국가는 필요에 의해서 이런 정책을 한 것입니다. 교사도, 공무원도, 공기업도, 변호사도, 변리사도, 회계사도 그리고 국가에서 공인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 직업들 모두 한 번 자격을 갖추면 평생 먹고 산다는 점은 의사와 같습니다. 단순히 의사는 너무 많이 버니까 안된다는 것은 전혀 자본주의적인 발상이 아닙니다. 의사가 되는 과정이 공평하지 못하다면 다른 얘기겠지만, 한국에서는 의사가 되는 과정이 매우 공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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