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 발문을 정확히 보는 것의 중요성 (우언 42번에 관한 질문 답변)
으아아 답변 쓰다보니까 너무 길어지다보니 글자 수 제한이 걸려서 글로 쓸게요!! 질문하신 분 꼭 봐주세요!!
혹시 같이 따라오고 싶으신 분들은 21학년도 9모 42번을 펴주시면 됩니다!
질문자 님의 정확한 신상은 밝히지 않겠지만 국어 관련된 칼럼도 쓰시고 평소에 국어를 굉장히 잘하시는 분 같습니다. 그런데 쪽지로 갑자기 저한테 이 문제 3번 선지가 맞다는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줄 수 있냐고 여쭤보셔서 쓰게 된 글입니다. 괜히 쪽지가 오면 무서워서 심장이 두근대요. 질문자 님이 궁금하신 내용은 3번 선지의 화자와 세상 사람들의 생각이 도대체 어디에서 비교되는지, 어딜봐서 새로운 세계의 의미를 파악하신 건지를 한참동안 고민하셔도 억지 끼워맞추기는 가능해도 확신이 안 서신다고 했습니다.
그럼 저랑 독해하러 한 번 가볼까요?
우선 (다) 지문의 전체적인 흐름을 읽어보겠습니다.
1문단. 생활 공간 (산림 <-> 시정)에서 추구하는 가치 (명리 <-> 은거)에 따른 사람들의 부끄러움 그리고 즐거움의 대소를 묘사하였습니다.
2문단. 그러나 정도의 차이와는 상관 없이 화자에겐 즐거움은 즐거움이고 부끄러움은 부끄러움입니다. 다만 세상 사람들을 보니 큰 부끄러움(산림 + 명리)을 가진 사람을 절반, 작은 부끄러움(시정 + 명리)을 가진 사람은 대부분, 큰 즐거움(산림 + 은거)을 가진 사람은 백에 서넛, 작은 즐거움(시정 + 은거)를 가진 사람은 백의 하나 있거나 전부 없다고 합니다.
3문단. 시정에서 은거하는 화자는 작은 즐거움을 느끼는 자이고 이런 자신의 삶에 만족감을 느낍니다.
(다)에 대한 3번 선지가 맞는 이유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물어보셔서 거기에 대한 해설만 하겠습니다.
우선 질문자 님께서는 3문단을 근거로 붙이는 걸 원하지 않으시는 거 같아서 없다고 생각하고 적겠습니다. 그렇게 해도 1, 2문단에서 답을 다 찾을 수 있습니다. 우선 1번은 너무나도 명확합니다. 1문단에서 상대적 기준에 따라 부끄러움과 즐거움의 정도를 나눴습니다.
그렇다면 2번 3번이 관건일 것 같은데 이에 관해선 여러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0. 정석 풀이 : 우선 발문을 먼저 확인하시면 ’a를 바탕으로‘ 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a는 내면과 외부세계의 관계를 통해 시를 파악하는 내용입니다. 즉 세상 사람들이라는 말은 외부 세계, 자신의 가치관은 내면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화자 자신의 생각은 즐거움과 부끄러움에는 정도가 없다는 것이지만 외부 세계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 모양입니다. 외부 세계는 처소, 가치에 따라 크고 작음을 나눈다고 했습나다. 화자는 그런 기준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해봅니다. 화자: 작은 즐거움의 가치 = 큰 즐거움의 가치, 세상의 상황: 작은 즐거움을 가진 사람의 수 < 큰 즐거움을 가진 사람의 수 화자는 이를 종합해 보고 작은 즐거움이 훨씬 가지기 힘드므로 참으로 높다고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서 이런 것입니다. 보름달빵과 포켓몬빵이 둘 다 5천원이라고 하더라도 포켓몬빵은 훨씬 희귀하기에 더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는 화자의 생각과 외부 세계를 비교, 결합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이라는 표현이 거슬린다면 (가)를 통해 완벽해결이 가능합니다. 찬찬히 읽어보시면 어떤 범주에서도 전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a
1. 문법적 분석 : 화자는 2문단 시작에서, 자신에겐 크던 작던 즐거움은 즐거움이고 부끄러움은 부끄러움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1문단의 내용인 상대적 기준으로 즐거움과 부끄러움의 대소를 비교하는 것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1문단에서 화자가 ~이다 같은 단정적 어조를 사용한 걸 근거로 하여 1문단의 내용은 보통의 생각 즉, 세상 사람들의 생각이라고도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자는 이러한 통념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여 자신에게는 모든 즐거움은 다 같은 즐거움이니, 크던 작던 결과가 같으므로 누리는 사람이 적은 ‘작은 즐거움’이 제일 귀한 거구나 라는 인식을 내립니다. 이는 자신의 가치관을 근거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2. 맥락적 분석 : 1문단을 보시면 ‘큰 즐거움’과 ‘작은 즐거움’이 나옵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큰 즐거움’을 추구할 것이라는 걸 우리는 삶의 경험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화자는 ‘큰 즐거움’을 추구하는게 올바르다는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자신만의 가치관인 ‘즐거움은 모두 같은 정도이다.’ 를 통하여 큰 즐거움을 추구하던 작은 즐거움을 추구하던 같은 결과를 만들 것이기 때문에 작은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이 훨씬 적으니, 그게 더 귀한 것이다. 라는 기존의 인식과는 다른 새로운 세계의 의미를 파악합니다.
3. 논리적 분석 : (다)의 글에선 ‘작은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가장 적다는 것을 근거로 작은 즐거움이 제일 좋다는 새로운 결론을 도출해내었습니다. (다)의 글 1문단과 2문단은 같은 대상인 즐거움과 부끄러움에 대해 질적 범주 내에서 유무, 대소(크다, 작다와 있다, 없다)의 서로 다른 결론을 내고 있으므로 비교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1문단과 2문단은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것일텐데, 발문에 a를 바탕으로 라고 하였으므로 우리가 고려할 건 객체와 객체의 관계가 아닌, 화자와 외부세계의 관계만 고려하면 되므로 1문단은 외부세계, 2문단은 화자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질문자 님께서는 정말 정확한 논리적인 이해가 필요하셨던 걸 보니, 평소에도 국어를 잘하시던 분 같은데 발문을 체크하시지 못해서 비교, 새로운 같은 단어에 너무 집중하면서 다른 걸 못 보게 된 게 3번에서 갈피를 못 잡으신 이유 같습니다! 여기서 하나의 교훈이 있다고 하면 ‘아무리 독해를 잘해도 발문은 꼭 확인하자’ 입니다!!
이처럼 문학도 모든 발문이 논리적으로 규명 가능합니다. 그걸 꼭 해야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공부할 땐 정확한 게 좋잖아요! 감으로 풀다간 성적도 감각적일 수 있답니다 ㅎ.ㅎ
짧지만 오늘 글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감사해요!!
0 XDK (+1,000)
-
1,000
-
언매 공부법 0
언매공부 어떻게해야함? 작수도 언매 절반이상 틀려서 3뜸ㅠ 수능 얼마안남았는데...
-
글만 보면 그 분야의 실력이 의심스러울 정도인데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그냥 그래프...
-
언미에 지1 생2 100 100 2 50 47 백분위 100 98인데 영어 감점이...
-
나 사실 개였음 2
물론 꿈에서 이름은 꼬미 말티즈였음 주인 실내화를 존나 핥은 다음에 주인 위에서 잠...
-
큐브 수학이 정상화되니까 국어 질문이 쌓이는데 기분탓임? 0
몇십 개 정도 쌓여있네... 국어만 답변해서 그렇다기엔 찜이 난 별로 없는데;
-
어그로 ㅈㅅ합니다 대성 물리, 지구 실모 추천받습니다
-
물론 꿈에서 이름은 꼬미 말티즈였음 내 실내화를 존나 핥은 다음에 자기가 그 위에서 잠...
-
내용은 공감가는 부분이 있긴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 분 입시판의 시작이 언제인지를...
-
계속 학교 안가는거임??
-
국어랑 수학 하느라 사탐을 못했는데 생윤 수특 사서 인강 듣고 마더텅 넘어가면...
-
응애모. 3회가 곧 나오는데 많은 관심을 음 주지는 말고...
-
9모 이후로 국어 주화입마에빠진거같은데 해결법있나요.. 0
9모이후로 사설6개정도푼거같은데 다3등급 시간도안남고 심지어한개는 다못풀었어요...
-
좀 쉬운편 인가요? 아님 제가 잘해진건가요 시즌1 1회 89입니다 22 27 29틀...
-
진짜 대단한 거 같음 아무리 쉬워도 풀다가 실수할 수 있는 건데 10문제도 아니고...
-
ㄷ선지가 이해가 안가서요 원시별 > 주계열까지의 시간과 주계열 > 주계열 탈출까지의...
-
이감또좆박음 0
69점이래 ㅋㅋㅋ 시발자살각
-
95맞고 3등급뜨고 이번에도 3등급이네 에 휴
-
올릴생각말고..
-
아수라 엮어읽기랑 총정리과제 분석 얼마나 해야되나요…?? 예전엔 국어 지문 분석...
-
한 문자 (모든 실수 x에 대하여~)에 대해 만족하는 항등식은 내가 함수라고...
-
물리황분들 조언 좀.. 물리 n제를 꼭 풀어야 함? 0
실전300 반 정도 풀었는데 나머지 풀기가 너무 귀찮음.. 실모중독자라 그냥 여기서...
-
4000부 판매돌파 지구과학 핵심모음자료를 소개합니다. (현재 오르비전자책 1위)...
-
화작 6모 86 9모 100이고 수능 목표는 1~2등급입니다 강기분을 이번주쯤...
-
이메일 아이디 새로 만들라고 하는데 단어 선택 고민입니다 단어 추천 투표 부탁 드립니다
-
이게 실제 수능이었다면 의외로 타격이 적을수도 있음 24수능은 2등급이 20점 정도...
-
35점 이게 맞낰ㅋㅋㅋㅋㅋㅋㅋ 5문제나 못 풀고 하나 실수...
-
생각해보니 2209현장에서 본 사람들이 이제 얼마 안남았구나?
-
책이라도 한권 안 주나..
-
퍄키지말고요
-
항상 70점대 인데 심각한건가요?
-
언매는 내신스럽게 문학은 EBS 대놓고 암기요구(고전소설 인물관계나 현대시 주요시어...
-
답지잘못나온듯 ...ㅇㅇ
-
음.. 시간 맞추기 빠듯하네요
-
어제 과탐 실모 풀고 잤는데 내 성적이 ㅈ박았더라 거짓말같이 꼴아박더라 내 뇌를...
-
후배를 위해 밥도 잘 사주고 친하게 지내는 선배가 될래요
-
성별이 남,여가 아닌 제 3의 성은 어케 씀? 정치적 다양성이 even 하지...
-
이감 상상 말고 바탕만 푸는 애 있던데
-
마음이 불안불안한거는 어쩔수 없는듯ㅋㅋㅋㅋ
-
화학 반응식 세줄식 써서풀어도 빨리풀기만하면 괜찮겠죠? 0
고능한 풀이 2년 따라해도 체화가 안돼서 강사 갈아탔는데 만능 세줄식임 문제 어떻게든 다 풀림
-
상호 인정(mutual recognition), 주인-노예...
-
97 왜캐 쉬움? 법률 지문에서 오독한거 하나 틀렸는데 이감에서 이렇게 고점나온거 처음임
-
헤겔, 에이어 같은 지문은 두 번 세 번 읽어야 이해되던데 5
저만 그러진 않을텐데 어떻게 해야 한 번 읽고 이해가 될 수준까지 올라올까요
-
ㅜㅜ
-
김기철t 커리 탄 사람입니다. 조정식t tdyd가 평가원느낌 난다고 해서 풀...
-
동욱쌤 커리 1
동욱쌤 커리 일클래스부터 들을려고 하는데 교재가 많더라구요. 다 사는게 좋을까요?
-
[노베이스 40일 반수 도전합니다]...
-
구글쳐도 안나오는데.. 어미랑 형태가 같은 조사가 보조사 ㅡ요 인가요?? 다른것도 있나여?
-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뜯?고..? 있던데 뭐에요…? 배고파서 그런거임…? 밥챙겨줘야하나…?
-
https://orbi.kr/00069331474 아버지 경찰서 다녀왔는데 1시간...
개인적으로는 (가)의 “보기”부분과 잘 엮어서 보는게 제일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대비를 통한 “새로움”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나오니 3번 선지는 충분히 허용가능하다고 봤고요!
저랑 비슷한 생각이긴 것 같네요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글 항상 잘 챙겨보고 있어요!! 늘 화이팅이에요!!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