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사랑은_3탄
A의 졸업 후, 내 문자를 마지막으로 한동안 조용하던 카톡 창은 봄방학이 끝나갈 무렵이 되어서야 울렸음
'화났어?'
착했던 그 애는 아마 평소와 다른 딱딱한 내 마지막 답장이 아마 걸렸던 거겠지
그런데 내가 뭐라고 답장을 할 수 있었겠음
그냥 나 혼자 좋아하고 나 혼자 슬퍼하고 나 혼자 아주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친 건데...
결국 답장은 하지 못했고 그렇게 내 중3 5월이 되었음
5월은 중간고사의 끝과 스승의 날이 있는 달임
딱히 찾아뵐 은사가 없던 나에게 스승의 날은 매년 그저 평범한 날이었지만, 이 해 스승의 날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음
우연이 여럿 겹친 날이었음
그 날 담임 쌤은 입시 상담을 하자며 나에게 남으라고 하셨고, 그런데 사고를 친 우리반 애들 때문에 그 상담이 늦어졌고,
A는 작년 자신의 담임이었던 쌤의 전근 소식을 듣지 못한 채 모교를 찾았고.
그렇게 난 A를 다시 만나기 되었음
A에게 아는 척을 해도 되는 걸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A는 나에게 바로 달려와 인사를 건넸음
잘 지냈냐고, 답장이 없어서 걱정했다고, 화난 거냐고, 화난 거면 뭐 때문이냐고
오글거리지만 질문을 와르르 쏟아내는 그 애를 보면서 나는 새삼 내가 이 다정함이, 이 목소리가, 참 보고 싶었음을 느꼈고
잘못도 없으면서 미안해 하는 표정이 귀여워 보인다고까지 생각이 들고 나니 난 망했구나, 싶었음
난 그냥 중3 올라가는 시기라 바빴다고 둘러댔고 그 애는 그 허접한 변명을 웃으면서 그렇구나 받아줬음
그렇게 우리는 아주 쉽게 화해를 했고
내가 가고 싶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A에게 난 고등학교 입시를 핑계로 연락을 이어갔음
그리고 9뭘,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무렵 7교시에 그 애는 우리 학교를 또 찾아왔음
이번엔 우리 담임을 찾아 우리 반에, 수업 중에 온 거였음
우리 담임은 평상시 친하지도 않던 A가 온 것에 의아해 했고
멀끔하게 사복을 입은 고등학교 선배의 방문에 여학생들은 꺅꺅 거렸고
평상시 후배들을 잘 챙겼던 A였기에 함께 축구를 했던 남학생들은 반가워 했음
그리고 난 심장이 터질 것 같았음
"혹시 나를 보러 온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름 좋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던 A였기에 당황스러운 방문이지만 우리 담임은 반에 기꺼이 들어올 수 있게 해줬고
후배들의 질문들을 하나하나 답해주는 A를 보며 난 그저 너무 행복했음
참 오랜만에 얼굴을 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많은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도 내 얼굴을 한 번도 보지 않는 A를 보면서 난 내 기대가 그저 내 망상일 뿐이라고 결론을 내렸음
그런데 하교하는 길,
우리 학교 정문 벽에 기대어 서서 날 기다리다가
데려다 줄게, 가자.
라고 말하며 내 가방을 빼앗아 한 쪽 어깨에 메는 그를 보며
내 결론은 성급했음을
어쩌면 내 첫사랑은 해피엔딩일지도 모름을
기대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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