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한 밤의 첫사랑 이야기
이 글은 픽션이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이 글을 본다면, 네 이야기가 아니니 그저 뒤로 가기를 눌러라.
그냥 새벽 감성 같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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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를 처음 봤을 때는 내가 지금보다도 더 작던, 중학교 때의 일이었다.
중2 어느날, 전학생이 온다는 소문으로 반의 기류가 살짝 들뜨던 날, 그리고 아침 시간이 끝나기 몇십분 전 선생님이 들어와 한 아이를 소개하던 날.
-안녕? 우리 잘 지내보자!
마침 혼자 앉아 있던 내 옆자리에 그 애가 배정된 날, 우리는 그렇게 시작을 했다.
***
그 아이는 어릴 때 외국에서 살다 다시 한국으로 왔다고 했다.
거기서 딱히 이국적인 느낌은 빋지 못했다. 그저, 영어를 잘하니 시험 치기는 편하겠다란 생각이니 들었을 뿐이었다.
그래, 사실 나에게 그 녀석은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했으나 귀찮음의 대상이기도 했다.
선생님이 내가 짝이니 친구가 학교에 적응하게 잘 도와주라는 것 아닌가.
그럴 거면 다른 여자애에게나 시키지.
짝도 없이 혼자 앉아있던 내 사교력을 한번쯤 의심했더라면 이런 선택을 안 하셨을텐데. 이게 이 나라 공무원들의 한계인가?
어찌되었건, 우리는 그렇게 전학생과 반 친구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그런 관계로서 우리는 계속 붙어 다녔다.
***
시간이 지나 우리는 나름 친한 친구라고 할만한 정도의 발전이 있었다.
뭐, 나만 그렇게 생각했던 걸지도 모른다.
애초에 난 친구도 없는 아싸여서 적절한 비교 대상이 없었으니.
그저 거주하는 아파트와 동이 같다는 걸 안 이후에는 1년간 매일 같이 하교하고, 또 가끔 학원이 없는 날이면 노래방을 가고, 주말에는 영화관을 간다던가, 아니면 그 녀석이 먹고 싶어하던 음식을 같이 먹을뿐이었다.
이런 간단한 것조차 매일 하던 건 아니었다.
그때도 그 녀석은 나에게 귀찮음의 대상이었기에, 밖에 나가는 게 피곤한 날에는 그냥 서로의 집에서 빈둥대기 일쑤였다.
음, 아마 그 날도 비슷했던 거 같다.
다만, 그때는 중학교 조별활동 때문에 할 일이 없지는 않았다.
아마 그때하던 것이 수학적 구조물을 구상하고 만들기였을 텐데, 우리는 클라인 병인지 뭔지를 가지고 분수대를 만들었던 거 같다.
클라인 병은 4차원에 존재하는 도형인데, 분수대가 4차원과 무슨 관련이 있기에 그런 걸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중학생들이 다 그렇지 뭐.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작품을 만들어 나갔다.
그러던 도중 재료가 다 부족해져 버렸다.
페트병과 스티로품이 주재료였는데, 그 중 스티로품이 필요한 양에 비해서 좀 적을 거 같다는 걸 중간에야 깨달았다.
원래 재료 준비는 그 애가 하기로 정했기에, 걔는 매우 미안해하며 혼자 문구점으로 가버렸다.
같이 가자고 했는데 그냥 혼자 갔다 오겠다더라.
하여간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었다.
그렇게 혼자 남은 나는 거실에서 잠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러자, 동생이 나에게 매우 조심스레 말을 붙였다.
친동생은 아니고, 그 녀석의 동생이었다.
친화력 없는 나에게도 형이라 불러주며 친하게 지냈던 남자아이.
그 아이가 뭐 이리 조심스레 나를 부른단 말인가, 설마 한편에 놓아둔 작품이라도 부순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그 아이가 제대로 말을 꺼냈다.
나에게는 퍽이나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내년이면 아마 자기네들은 서울로 이사를 갈 거라는 이야기.
그래, 우리가 고등학생이 될 때 말이다.
물론 평소에도 같은 고등학교를 가지는 못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하교 후에는 볼 테니 아쉽더라도 별 상관 없다 여겼는데...
아예 이사를 간다니. 유일한 친구가 떠난다는 사실은 16살의 아이에게는 꽤 중요한 일이었다.
아마 그날, 새로 사 온 스티로품를 실수로 세 판은 부쉈던 거 같다.
***
우리의 이별은 딱히 거창하지 않았다.
그저 걔가 이사하기 전 인사나 몇 마디 나누었을 뿐.
하필 그때 나는 장염에 걸려 입원을 했던 터라, 마지막조차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
그렇게 그 녀석은 서울로 올라가고, 나는 지방의 나름 유명한 일반고에 진학했다.
내가 여전히 아싸인 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어릴때의 추억이 잊혀져 갔을 때.
고등학교 2학년, 처음 만든 인스타에서 너의 연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2학기 기말, 내가 정시를 선언하며 수능 공부에만 매진하던 때.
우리의 추억이 그저 추억으로만 그 자취를 흐려갈 때.
-야, 나 자퇴했음.
그런 DM이 우리의 재시작이었을 줄, 누가 알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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