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선생님 국어를 왜 공부해야 하나요
안녕하세요 심리학 공부하고 오르비에 국어/영어 칼럼 쓰는 퍼런입니다.
글 적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서두에 자기소개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국어/영어 칼럼만 요새 적고 있으니 팔로워가 많아지면 무물이라도 해야겠습니다...
은테 저도 받을 수 있겠죠?
올해에 수능 국어 과외 지도를 하는데 한 학생이 유난히 이런 질문을 많이 던졌습니다.
"선생님 국어를 왜 공부해야 하나요?"
다른 영역도 써볼까 하는 생각이 있는데 이 글에서는 비문학 관련 내용만 다룹니다.
수능 공부니까 그냥 하는 거지, 뭘 그렇게까지 생각해~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은 국어 관련 자료들 읽는 측면에서 아래 (2) 부분만 읽으셔도 도움될 것 같아요.
(오르비에 좋은 자료가 많은데 고득점자 입장에서 오르비 자료들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궁금하다면..?)
(1) 교과 과정은 무엇을 기획했는가
비문학 교과가 어떤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기획되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많은 자료가 있습니다.
"‘독서와 작문’은 다양한 글과 자료를 이해하고 생산하는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기르고, 나아가 바람직한 의사소통 태도를 함양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독서와 작문을 통합적으로 학습하면서 학습자가 능동적인 의미 구성 주체로서의 역할을 인식하고 문어 의사소통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학습 한 내용을 실제 언어생활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구성한 과목이다."
교육부 고시 제2022-33호 [별책5] 국어과 교육과정
유구한 전통으로 입시 과열이 되어 수능 대비 위주로 돌아가는 각 교과 지도의 현실을 고려하면 다른 과목에서도 이런 질문들은 정합성있게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공부하며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전혀 다르죠.
공부하기 싫을 때 '왜?' 라는 질문을 던지는 학생들의 마음도 이해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은 점수가 나와서 현재 상태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국어를 왜 공부해야 하는 지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보면 좋을 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근데 저희가 하는 건 문제 풀이잖아요..
수능 국어 비문학 영역의 정답과 오답을 가르는 선지 판단 논리는 결국에 주어진 지문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형식논리학적 원리들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비문학이 깔끔하게 답이 떨어진다고 여기신다면 대개는 출제 및 검토 과정에서 그러한 사항들이 고려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푸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러한 사항들을 고려하며 공부를 하게 될 겁니다. 또 선생님들이나 각종 교재에서 그러한 사항들을 명시적으로 강조하니 공부 과정에서 논리적 기초들이 길러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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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한된 시간 하에 지문을 읽고 문제 푸는 입장에서는 긴 시간을 두고 텍스트에 대한 형식논리학적 검토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극상위권이 아니면 이러한 구조가 있음을 염두에만 두고 지문을 독해해가면서 문장들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표상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이런 적극적 독해를 길러간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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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 : 얼마나 잘 이해해야하지? (작성자 명 : 퍼런)
문장들의 의미를 통해 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중심 흐름을 표상해가는 게 중요한데 그렇게 흐름을 잡아가다보면 정작 지문 전체를 놓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보통 이걸 못하는 학생들이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와 같은 첫번째 문제에 약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첫번째 문단, 또는 글의 전반적인 전개 방식에 주목하면서 읽어나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하 정보가 제시되는 방식을 배워볼 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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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무거또의 국어 기출 REF. 3 – 첫 문단 독해편 (feat. 점유소유) (작성자 명 : 아무거또)
또 지문에서 정보와 정보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구조적으로 어떻게 형성되는지, 사람이 정보를 어떻게 인지하는지에 대해 대략적인 감조차도 없다면 이와 같은 내용을 어느정도는 학습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래 글은 저도 인지과학이랑 기계학습을 둘 다 공부해본 입장에서 읽어보기에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 성적 상승을 위해 공부하다보면 암묵적으로 이러한 감이 형성되기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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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 구조를 통해 바라본 인간의 효율적인 독해 방식 (작성자 명 : Cognita Sapiens)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대학 과정에서부터 맞이하게 될 정보 습득 및 논리적 판단의 기초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좋은 학습일 수 있습니다.
(3) 그런데 그 정도까지 공부를 해야한다고요?
제 생각엔 아닙니다. 무역론 지문과 관련해 제가 쓴 칼럼을 보시고 서울대 경제학과 박사 과정 분이 이와 같은 코멘트를 저에게 전해주셨습니다.
"제가 수능볼 때 엔트로피 라는 개념이 언어영역에 나왔었는데, 저는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대학교 4학년때 처음 들었고, 대학원 통계학 수업 때 실제 관련 개념을 다루는 시험을 응시했고 그 이후에는 블랙 숄즈 모형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물리학 열전도 방정식을 배우다가 다뤘습니다. 이런 개념이나 관련된 전개 방식을 모르더라도 대학교 과정의 4년을 공부하는데는 크게 지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수능도 그렇고 그렇다고 거기에 대처하는 사교육도 그렇고 참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저도 개인적으로 현역일 때 봤던 지문들 중에서 오르비에서 종종 언급되는 양자역학 지문(18 9월), 오버슈팅(18 수능)은 지금 돌아보면 과하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지문 난이도를 말씀드리는 게 아니고요. 현실에서는 지문 하나로 틈새 없이 완결된 텍스트가 있기 어려운데, 완벽한 글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 글 안에서 논리적으로 판단 가능한지 / 일치하는지 여부를 빠르게 푸는 시험이 되어버려서 실제로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왜 이런 문제를 내는지 의아해하는 지경이 된 것 같아요.
난이도 논쟁으로 커뮤에서 도는 지문 말고 제가 현역 때 접했던 다른 사례를 말하면
통화 정책과 준칙주의&재량주의 (2018.06) 지문은 다시 읽다보면 관련 분야 내용에 대해 정합적인 텍스트라기보다는 문제를 내기 위한 텍스트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도 대학에서 거시경제학 등의 과목을 수강한 이후에 읽어보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관련해서 더 궁금하시면 아래 글도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4)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건데요?
이와 관련하여 제 생각은 대학 교육 입장에서 생각해보았을 때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으로서
국어 공부는 어느 정도 효용이 있으나 또 그렇게까지 큰 효용이 없다는 것
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확실히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마음 속에서 어느 정도 해소가 안되고 낮은 성적을 받고 있다면 계속 불평을 하게 되고 자기 확신과 효능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교육심리학의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자기확신이 높은 학업 성취와 효능감을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우직하게 안흔들리고 한 길, 한 커리만 파는 학생들이 공부도 나쁘지 않게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죠.
여러분들의 수험생활이 스스로에게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즐거우면 좋겠고요.
그게 아니더라도 스스로 납득시키고 설명할 수 있는 시간들이면 좋겠네요.
내년에도 올해처럼 새로운 학생들 지도해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는데 누군가 "왜?"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답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길게 적게 되었네요. 비문학 칼럼 적는 게 더 도움 되려나요...
(2)에 링크 걸어놓은 (저 말고) 다른 분들 칼럼 되게 좋아요. 꼭 읽어보세요.
두서없이 적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쪽지나 댓글 통해서 질문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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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은 잘 읽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경제학과면 더 와닿는게 있으셨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