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약 독해
안녕하세요우 약속대로 비문학 칼럼을 들고 왔습니다.
올해 첫 칼럼이다 보니 상당히 가벼운 주제를 다루려고 합니다.
서론은 차치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
'도약 독해'는 문장에 명시적으로 드러난 정보를 어떻게 하면 실패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문법적인 답안입니다.
모의고사나 수능을 치를 때 혹은 그런 때가 아니더라도 글을 읽을 때 글자가 눈에서 튕겨 나가는 듯한 경험을 겪어본 독자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런 경험을 수차례 겪어보았고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도약 독해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므로 주의 깊게 읽기를 권장합니다.
하나의 문장은 단어로 나눌 수 있고, 단어는 형태소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의 단어가 둘 이상의 형태소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도 있지만 하나의 단어가 하나의 형태소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한 단어는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이라는 네 개의 형태소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책'이라는 한 단어는 '책'이라는 한 개의 형태소로 나눌 수 있죠.
형태소는 뜻을 지닌 가장 작은 말의 단위입니다.
형태소는 실질형태소와 형식형태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실질형태소는 어휘적 의미가 있는 형태소입니다. 형식형태소는 문법적 의미가 있는 형태소입니다.
형식형태소는 실질형태소와 함께 쓰여 그들 사이의 관계를 나타냅니다.
‘나는 오늘 밥을 먹었다.’라는 문장에서 실질형태소는 ‘나, 오늘, 밥, 먹-’이고, 형식형태소는 ‘-는, -을, -었-, -다’입니다.
형식형태소를 독립적으로 표상하려고* 시도해 보면 표상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질형태소를 독립적으로 표상하려고 시도해 보면 표상이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 ‘오늘’, ‘밥’은 표상이 되지만 ‘먹-’은 표상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죠.
중간에 '표상하다'의 정의를 설명드려야 할 것 같아서 잠깐 끊겠습니다. '표상하다'는 '글이 담고 있는 것을 뇌 안에서 모델링하다'라는 뜻입니다. '글이 담고 있는 것'은 세계에 존재하는 것 혹은 그것을 분석하거나 조합한 것을 말합니다. 오감을 통해 감각하고 지각할 수 있는,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글로 담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험하지 않은 것 또한 글로 담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며칠 전 제가 검정 포르쉐를 타고 대치동에 있는 김밥천국에 도착해 억척스러운 주인 아줌마가 가져다 준 맛있는 참치 김밥과 매운 떡볶이를 먹었다고 해봅시다. 직전 문장을 읽고 머릿속에서 모델링하셨다면 바로 이것이 직전 문장을 표상한 것입니다. 이때 억척스러운 주인 아줌마에서 억척스러운이라는 요소와 매운 떡볶이에서 떡볶이라는 요소를 분석하고 조합하여 '억척스러운 떡볶이'라는 얼핏 보기에 말이 안 되는 모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즉 세계에 존재하는 것을 분석하거나 조합하여, 세계에 존재하지 않아 경험할 수 없는 것 또한 글로 담길 수 있는 것이죠.
비록 실질형태소 하나만으로도 표상할 수 있지만 우리가 문장을 원활히 독해할 때를 생각해 보면 문장을 형태소마다 끊으며 읽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문장을 형태소 분석을 하면서 그 전체를 표상하려 한다면 잘 되지도 않고 매우 비효율적인 독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문장을 어떻게 독해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문장을 적절한 텍스트 단위로 끊어가며 읽습니다.
적절한 텍스트 단위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실질형태소는 그 자체로 표상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실질형태소마다 끊어가며 읽지 않죠.
적절한 텍스트 단위란 문제되지 않는 선에서 독립적으로 표상이 가능한 적당한 텍스트 단위를 말합니다.
적절한 텍스트 단위는 문장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위가 너무 작아도 혹은 너무 커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단위가 너무 작으면 문장 자체를 조합했을 때 문장 초반부에 표상한 것을 잊어버려 조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단위가 너무 크면 대충 읽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느 정도의 단위 크기가 적절할까요?
예를 들어, ‘일반 사용자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면 손의 미세한 떨림으로 인해 영상이 번져 흐려지고, 걷거나 뛰면서 촬영하면 식별하기 힘들 정도로 영상이 흔들리게 된다.’라는 문장을 독해해봅시다.
적절한 텍스트 단위는 이 정도가 적절합니다.
‘일반 사용자가 /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면 / 손의 미세한 떨림으로 인해 / 영상이 번져 흐려지고, / 걷거나 뛰면서 촬영하면 / 식별하기 힘들 정도로 영상이 흔들리게 된다.’
적절한 텍스트 단위는 문장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단위의 크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제시하지 않겠습니다.
적절한 텍스트 단위를 슥 읽고, 넘어가서 그다음 단위를 슥 읽고, 이러한 과정을 문장이 끝날 때까지 반복해서 마지막엔 문장 전체를 조합하여 표상하는 것이 마치 도약하는 것 같아서 적절한 텍스트 단위로 끊어가며 읽는 것을 ‘도약 독해’라고 명명했습니다.
상당수의 독자들이 이미 도약 독해를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 않은 독자들이 있다면 도약 독해를 의식적으로 연습하시길 권장드리고 이미 도약 독해를 체화했더라도 혹여나 긴장된 상황 속에서 글자가 튕겨져 나간다면 의식적으로 도약 독해하여 최악을 방지하시길 바랍니다.
---
오늘 칼럼은 여기까지입니다.
제가 다룰 칼럼들은 모두 『독해분석』에 있는 내용들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판매 페이지 혹은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독해분석』을 구매하시면 되겠습니다.
종이책 판매 페이지:
pdf 판매 페이지:
https://docs.orbi.kr/docs/
https://docs.orbi.kr/docs/
https://docs.orbi.kr/docs/
---
다음주 칼럼은 대망의 '물음표 띄우기' 되시겠습니다.
도움이 되신 분들, 매주 칼럼을 읽고 싶은 분들은 좋아요와 팔로우 부탁드립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대구를 갈까 17
복불고기 뭔가 궁금한데
-
롤 배우기 계획 짜다가 31
고1되는 남동생이 자기 누나가 타락의 길로 가는건 안된다고 말리더라 평소 치고박고...
-
빠르게 삭제하고 튀어도 좋으니 한번만 용안을 보여다오
-
ㅇㅈ 3
머플러와 시집과 파키푸스
-
작수 언미물생 13321 백분위로는 96 81 3 94 99떴습니다. 미적은 27...
-
문학 김상훈 쌤이랑 김승리 쌤이랑 비슷한가요 고3이라 시간이 없어서 두 분 어떠신지 말씀부탁드립니다
-
현우진T 뉴런 1
뉴런 하루에 몇 강씩 들으셨나요?? 띰 하나를 하루에 다 들으려고 하면 너무 많을...
-
문제 풀이법이나 유형별 훈련을 시켜주는 쌤이 있고 문제 독해법을 알려주고 태도...
-
실력문제가 아니라 내가 아는걸 모르는애한테 설명하는게 어려운듯 ‘잘하는거’ 랑 ‘잘...
-
투표 감사합니다 10
투표 감사합니다 오늘 18시 세븐틴 유닛 부석순 신곡 많관부.
-
우주공간에, 단위 반지름으로 주어진 몇 개의 행성이 있다. 각 행성의 표면에 그...
-
2023년 9월 성대 수시 지원 But 당연히 불합 (당시 6광탈이었어서 합격자...
-
미국 어딘가의 사막같이 황량하고 도로 하나와 표지판 두어개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
음
-
다들 군대, 재수, 유학, 여행 많이 생각하네.. 난 걍 아무 생각없이 방구석에서...
-
물1 4등급 물2 4등급 지2 4등급 화2 3등급 걍 ㅅㅂㅋㅋ
-
근데 그냥 엎을까 싶기도 하고 제가 뭘 전달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겟어요
-
https://orbi.kr/00071148638/%EC%A7%84%ED%95%99%...
-
가군 널널하게 최초합하고 나머지는 떨될듯 ㅅㅂ 점수 개아까워…
-
이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반박 안받는다
-
확통런? 6
I NEVER CHOOSE HWAK-TONGI AM MEE-JANG-YEON
-
추합 가능한가요 진짜 안되면 대학못가요 나..
-
확통런과 더불어 사탐런을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많은 조언 해주세요
-
현역 때 4칸 끄트머리였던 중형과도 합격했는데 나름 반수해서 점수 올라놓고 6칸...
-
파키푸스 ㅇㅈ 7
분갈이중이에요
-
어느정도 나옴?? 하루 종일은 아니구 많아야 4시간할 거 같은데 780점이...
-
선배님들께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한 사람의 의견일 뿐이니 대충대충 힌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세여
-
생1노베 0
이번에 생1으로 수능 볼 것 같은데 백호 괜찮을까요? 아니면 시대라이브나...
-
추천받아요 이대로면 정병올거 같은데
-
해먹으라고 추천해줬어 냉장고에 계란 딱 하나 있는데 먹어야겠지?
-
흠... 0
집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말까
-
나 JPOP좀 듣는다 하는 사람이 몰라선 안되는 노래 ㅋㅋ 16
그것은 바로 바운듸의 괴수의 꽃노래!! 일본 노래방에선 인기차트 톱인 노래!! 몰라서는 안되어요잉
-
근데 오르지 앱에서 똑같은 글 2개씩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0
이거 어떻게 된 거예요 컴으로 봤을 때는 그런 거 아예 없었는데
-
오르비에서 본적 없는것같음..
-
작년에만 적게 돌았던데 이유가 있나요?? 올해는 어떨까요?
-
예비 고3 26 수능 화1 볼 거고 메가패스랑 고석용 베개완은 있는 상태고...
-
설대 점공계산기 2
서울대 이과 낮은과 이정도면 ㄱㅊ다고 보면 됨????? 계속 떨어지려나
-
만
-
좀 전에 이대 사대 글 쓴 사람인데요 대학 결정 조언 부탁드립니다.. 제발료 10
작년에 걍 다 상향으로 질러서 올해가 첫 정시 원서 접수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가 )...
-
그냥 강의 안듣고 작년 교재 복습편 보면서 기출 다시 봐도 되겠죠 강의 다시...
-
진학사대표님 봐주세요 27
1.이전부터 모집인원33명인데 합격권 21명 정도로 너무 과하게 짜게 잡는다는 말이...
-
질문 좀 합세다
-
아직 말짱한데 벌써 시마이 친다고?
-
소개 보니까 한국판 로맨스 우주여행 뭔가 신박한데 볼까
-
버튜버도 좀 봐야하나 35
요즘 이쪽 시장이 진짜 많이 커진 느낌인데 점점 양지화될 가능성있나 투자할만한 거 같은데
여기 대부분 개돼지라 이해 못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