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은 고백 [531407] · MS 2014 · 쪽지

2016-02-25 00: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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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종마녀썰<18> 우리의 새내기 생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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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야기의 결말을 올립니다.. 혹 글이 묻혀 못보신 분 계시면 참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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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게임 오브 데스! 18!'

'하나 둘 셋 넷....'

열이 채 되지 않게 그가 벌칙에 걸렸음을 알 수 있었다. 웬만하면 자기가 걸리기 힘든 이 게임에서 걸리다니.. 참.. 멍청한 놈이다. 
'못마시겠어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A군. 딱봐도 술도 못마시게 생긴 놈이 그렇게 마시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이런 놈이 사회생활은 어떻게 해나갈지.. 
결국 고꾸라진다. 어휴.. 쪽팔려.. 
정확한 동기는 모르겠지만 그냥 내가 몰래 마시려던 물이 담긴 술잔을 내밀었다. 유치한 사랑도 아니고 든든한 우정도 아니다. 그냥 딱 그 중간이라고 말해두고 싶다. 
A군은 그걸 또 마신다.. 내가 물을 안 넣었으면 어쨌을까... 
'아오 쟤 마셨다 ㅋㅋㅋ 아 잠시 쉬자'
모두가 핸드폰을 보고 잠시 엎드려있고 화장실을 간 사이. A군과 나는 서로의 눈망울만을 초롱초롱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술 아닌 물을 마신 A군. 도무지 어떤 말을 그녀에게 건낼지를 모른다. 
'고맙습니다!', '저희 어디서 봤죠?' '나 알아요?' '너 혹시 같은 학원?'
그녀에게 건네는 첫 마디 참 다양한 보기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 관계의 시작점이 될 이 상황. 하지만 A군은 지금 술에 취해서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할 정도로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결국
'전화번호좀..'
'입력했어요. 문자 한통 주세요'
그렇게 그들은 서로에게 술자리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던 수많은 동기 중 하나인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B양은 실망했을까, 아님 어쩌면 모른 척해준 것이 고마웠을까, 아니면 지금 이런 내 모습이 싫을까.' 
여러 생각에 사로잡히며 그렇게 A군은 술에 취해 집으로 겨우겨우 돌아온다. 

더 웃긴건 핸드폰 번호 저장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는 거다. 그 상태로 집에 와서 씻고 누워서 자버린 A군. 핸드폰 전원은 나갔고 그녀의 번호는 없어졌다. 하지만 방도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바로 카카오톡 단체 채팅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친구 설정이 되어 있지 않으면 카카오톡 이름은 본명이 뜨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도가 없는건 아니다. 새터 참여 명단을 과대 선배가 올렸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까지 안쓰려고 했으나 A군은 거기서 B양의 번호를 알아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알다시피 A군은 그녀의 이름도 모른다. 그는 망연자실했다 
'못하는 술 마셔가면서까지 얻은 번호인데ㅜㅜ'
'문자 보내라고 했는데ㅜㅜ'
좀 이상하지만 왠지 그녀 이름일 거 같은 사람 번호만 골라서 친구 추가하고 프사 확인을 해도 그녀를 찾을 수 없었고 결국 그 단톡에 있는 사람 프사를 다 봤음에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망연자실하며 A군은 시간표 짜기에 열중한다.(그저께가 수강신청날이었다고 한다)
A군은 이런 시간표 짜기 같은 걸 잘한다. 책자같은 거 읽으면 한 번에 이해하고 잘 파악하기로 유명하다. 단톡에서 시간표 관련 질문이 오면 답도 잘해준다. 질문이 들어오면 선배보다 본인이 먼저 처리할 정도... 시간표를 이유로 갠톡도 몇 번 왔다고 한다. 
그렇게 분주하게 시간표를 짜는데 또 카톡이 하나 도착해있다. 친구 추가가 안된 사람이다. 시간표 묻는 동기인가 생각했는데 도착한 3개의 카톡 말투가 도움을 요청하기엔 친근하다. 바로 B양이었던 것. 
'어제 뒤늦게 앞자리 앉으신 분 맞죠?'
'단톡 프사보고 알았어요ㅎㅎ'
'번호가 저장이 안되어 있네요ㅋㅋ'

'아, 이름이 00이셨군요..'
'네ㅋㅋ 생각해보니 서로 이름도 모르고 놀았네요 ㅋㅋ'
'물.. 고마웠어요..!'
'네?! ㅋㅋ 아 하두 힘들어하시는거 같길래 ㅋㅋㅋ 제가 마시려던거 내밀었어요 저도 잘 술 못하거든요'

그녀는 어제 A군이 술에 취했던 이야기, 그걸 보면서 물을 내민 이유, 본인이 했던 생각 등을 이야기한다. 채팅이지만 당장이라도 '너 나 알지??? ㅜㅜ'라고 묻고 싶은 심정이 강한 A군이다. 하지만 괜히 금기를 넘는 거 같아 A군은 그저 그 감정을 억누른다..

'내일 시간표 올클하세요~'
'넵! 화이팅!'


그렇게 하루 사이에 그들의 첫 대화, 첫 통성명, 첫 채팅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절박한 상황 속에서 간간히 존재했던 A군과 B양 사이의 미묘함도 끝이 났다. 
A군이 그토록 바라던 B양과의 소통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아직 묻지 못한 것이 너무 많다. 
그동안의 감정은 어떤 것이었는지, 나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마음은 어땠는지. 
아직 풀어야할 과제가 너무 많다. 그래서 이 둘의 관계는, 미묘함은 끝이 아니다. 

어쩌면 새내기 생활과 함께 하는 또 다른 시작일 것이다. 



글의 초반부는 글에서 밝히지 않은 카톡 내용을 참조하여 이전화의 마지막 장면을 B양입장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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