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 이야기 28편 - 늑대떼와 양떼
이번편은 톰 행크스 주연 <그레이하운드(greyhound)> 개봉 기념으로 집필되었습니다.
세계 2차 대전 중 미국으로부터 가장 집중적인 지원을 받은 국가는 영국입니다. 역사적으로 영국에 뿌리를 두기도 하였으며 언어도 비슷하고, 또한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빡돈화가난 미국이 연합국에 참전하면서 대량의 군수물자를 연합국에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옆집에 불이 났는데, 옆집 일이라고 내버려 뒀다간 그 불이 우리 집까지 번질 수 있으니까, 우리집도 나서서 옆집 불을 끄는데 같이 도와줘야 한다" 는 논리로 미국은 대량의 식량, 무기, 자원, 군함 등을 연합국에 대출 형태로 지원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랜드리스' 입니다.
특히 세계 2차대전 초반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육군을 지닌 프랑스가 어이없게 독일에게 통째로 넘어가면서 유럽 정세는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집니다. 유럽 대륙과 영국의 가장 짧은 해협은 30~40km에 불과하며 낮에는 서로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입니다. 프랑스를 완전히 굴복시킨 독일은 곧장 영국의 목을 죄어오기 시작합니다.
1차 세계대전과 마찬가지로 프랑스군을 적절히 간접적으로 지원하면서 독일을 압박하면 되리라 상상한 영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강력한 영국 해군이 영불해협을 지키고 있으나, 시대가 바뀌어 이제는 항공기라는 새로운 무기가 등장했고 어쩌면 독일 공수부대가 곧장 영국으로 상륙할 지도 모릅니다.
(유럽 육군강국 프랑스의 충격적이고 빠른 패배는 독일에게는 엄청난 가능성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연합국에게 절망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https://hrwings.tistory.com/2284 )
특히 영국은 섬나라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집니다. 영국의 토질은 프랑스보다 안좋으며 자급자족이 안되고, 식량을 비롯한 물자를 반드시 바다를 건너 수입해와야 합니다. 그리고 영화 <그레이하운드>는 이렇게 미국에서 영국으로 병력과 군수물자, 식량을 운반해가는 호송선단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비록 영국은 세계 최강의 해군 강국이었으나, 독일은 1차 세계대전부터 준비해온 비장의 카드를 꺼냅니다. 바로 그 악명높은 '유보트'라 불리는 잠수함입니다. 현대에서도 잠수함은 비대칭전력으로 대단히 강한 공포로 여겨지며, 독일의 잠수함이 맹활약하던 당시에는 대응할 수단이 전무한 상황이었습니다.
멀쩡히 바다를 항해하던 선박이 갑자기 어뢰에 피탄되고 두동강나고 쪼개집니다. 망망대해 어디선가 독일 잠수함들이 호시탐탐 영국으로 가는 선박을 기습하려고 매복해있습니다. 독일은 일단 잠수함을 활용하여 영국을 그대로 말려죽일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당하는 입장에서도 그냥 당하고만은 있을 수 없습니다. 선박이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움직이면 아무런 도움도 없이 침몰해야 하니까, '호송선단'이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여러척의 상선에 구축함 여럿이 붙어서,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이죠.
만약 유보트의 공격을 받는다면 호송선단에 소속된 구축함이 당장 달려가서 폭뢰로 혼쭐을 내줄 수도 있고, 생존자도 쉽게 구조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여러척이 한꺼번에 움직이니 유보트는 한정된 무기로 많은 수를 상대하기 힘듭니다. 또한 상선의 입장에서는 여럿이 함께 있으므로 자신이 공격당할 확률이 낮아지는 효과도 생기죠.
(이처럼 유보트의 산발적인 공격에 맞서 많은 수의 함선들이 떼를 지어 한꺼번에 지나가는 새로운 작전을 입안합니다. 이제 유보트는 이전처럼 마음놓고 영국 상선을 격침시키기 어려워졌습니다
https://gigazine.net/gsc_news/en/20200310-greyhound-trailer/ )
그러나 이번에는 유보트가 나설 차례입니다. 이처럼 호송선단의 등장으로 유보트의 능력이 제한되자, 유보트 또한 그에 맞춰 '울프팩'이라는 전술을 도입합니다.
바다는 정말 정말 넓습니다. 맑은 날씨라도 저기 수평선 끝까지가 수십킬로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유보트 입장에서는 대체 언제 호송선단이 어디로 지나갈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세워라 네워라 기다리다가 운좋게 지나가는 것을 공격하는 수준이었죠.
그러나 유보트는 더 기민해져서, 호송선단을 마찬가지로 무리지어 사냥할 방법을 고안합니다. 우선 대서양 곳곳에 유보트들이 숨어서 정찰을 하다가, 호송선단을 발견하면 무전으로 근처의 잠수함들에게 연락을 합니다. 그럼 호송선단이 도착할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근처의 유보트들이 모두 달려와서, 호송선단에 집단적이고 기습적인 공격을 가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다면 많은 수의 호송선단에 더 많은 공격을 가할 수도 있으며, 또한 호송선단을 지키는 구축함에게 더 심한 압박감과 피로감을 줌으로써 더 안전한 기습이 가능합니다.
(늑대는 양떼를 사냥할때 혼자 오지 않는다. 유보트 한척을 발견했다는 것은 곧 더 많은 유보트가 올것임을 암시한다
https://gigazine.net/gsc_news/en/20200310-greyhound-trailer/ )
이런 식으로 1943년까지는 미국에서 영국으로 가는 상선과 구축함들은 정말 피말리는 싸움을 하면서 항해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호위항모가 대량으로 투입되어 수많은 항공기가 유보트의 활동을 감시하고, 소나같은 탐지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유보트의 화려한 전과는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재밌게도 호송선단과 유보트의 경쟁은 실제 초식동물과 육식동물들의 행동 양식과 비슷합니다. 초식동물은 보통 무리지어 생활하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많이 무리지으면서 육식동물에게 압박감을 주고, 공격을 받더라도 자신이 공격받을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죠.
이에 맞춰 육식동물들도 여럿이 함께 활동하며 몰이를 하거나 포위하여 초식동물을 공격하는 서로 쫓고 쫓는 경쟁이 자연에서도 관찰됩니다. 이렇게 잠수함과 호송선단의 끝없는 경쟁을 보면 역시 인간의 역사도 자연의 일부입니다.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https://orbi.kr/00025121266 - 13편 인적자원과 교육
https://orbi.kr/00025579054- 14편 설계사상
https://orbi.kr/00026239605 - 15편 독소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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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27274206 - 17편 현대전의 발전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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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EPL 덕코 토사장이나 해볼까
잘 보고 갑니다
수국비 읽고 있는데 국어공부할때
모든 선지에 대한 공부를 할 필요는 없는건가요?
네 일단 제 책으로 공부하실때는 정답위주로, 주제위주로 좀 더 빠르게 접근하시는 방법 위주로 연습하세요. 다른 국어 해설서나 기출문제집은 다른 선지도 모두 다룬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나머지 선지도 확실히 확인하고 넘어가고 싶으시면 다른 책과 병행하시면 됩니다.
제가 추천하는 것은 제가 말하는 방식대로 주제 위주로 정답의 근처에 있는 선지부터 보고 나머지 선지를 보라는 것인데, 정 불안하시면 제 말만 따르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저도 나중에 공부할때는 선지 나머지 것들도 다 확인하면서 공부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