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Y한 독도바다 [1005719] · MS 2020 · 쪽지

2021-11-26 19:20:30
조회수 6,080

오늘의 역사 잡지식 30 : 광개토왕비(3) 넣을까 말까 넣을까 말까 넣넣넣넣

게시글 주소: https://ip1ff8si.orbi.kr/00040958717

일본의 신묘년조 해석에 대한 한국학계의 첫 번째 반박 흐름은 '해석이 잘못됐다!'라는 것입니다.

일본의 해석은 비문의 특성상, 그리고 한문 문장의 특성상 문장 성분이 생략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한 것이고, 그렇기에 정확한 해석을 위해서는 생략된 성분을 채워넣어야 한다는 거죠.


가장 먼저 반박을 제기한 인물은 일제강점기 역사학자인 정인보입니다. 정인보는

而倭以辛卯年來渡□破百殘□□□羅以爲臣民

이 텍스트를

而倭以辛卯年高句麗來渡□破百殘□□□羅以爲臣民

이렇게 바꾸어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해석하면

그런데 왜가 신묘년에 오니 고구려가 바다를 건너 왜를 격파하고 백잔□□신라를 신민으로 삼았다 

이렇게 되겠죠. 즉 비문의 작성자인 고구려를 문장의 주어로 해석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경우 백잔□□신라 부분의 □□는 왜가 되겠죠.


또 북한의 역사학자인 김석형은 정인보와는 다른 해석을 내놓습니다. 김석형은

百殘而倭以辛卯年高句麗來渡□破百殘□□□羅以爲臣民

로 문장을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해석하면

백제가 왜와 함께 신묘년에 고구려에 오니, 고구려가 바다를 건너 백잔을 격파하고 □□신라를 신민으로 삼았다

가 되겠죠. 김석형의 경우는 신묘년조 기록에서 왜의 영향력을 강하게 줄이고, 그 반대급부로 백제의 위상을 부각하는 경향을 나타냅니다.

이 해석에서 '고구려가 바다를 건너 백제를 공격했다'는 부분이 언뜻 이상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김석형의 또 다른 주장인 '분국설'과 관련된 것인데,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삼국시대에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이주하는 도왜인들이 일본 열도에 집단촌을 건설하였다.

2. 이들이 자신들의 집단촌에 본국의 이름을 붙였다. 이를 '분국'이라 한다.

ex) 백제계 도래인의 집단촌은 '백제', 신라계 도래인의 집단촌은 '신라'

3. 신묘년조에 등장하는 백잔, 신라는 일본의 분국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김석형은 신묘년조의 기사가 임나일본부설과는 관계없을 뿐더러, 고구려가 일본 영토를 점유하였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근거라고 주장하였습니다.(물론 분국설은 현재 간파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정인보와 김석형의 주장은 한국 학계에서 매우 설득력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특히 김석형의 주장은 한국 고대사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일본 고대사에서의 한국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었기에, 한국 학계에서 매우 환영을 받았죠. 북한 학자임에도 김석형의 논문은 한중일 3국에서 널리 읽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 역시 한계가 명확합니다.

'생략된 문장 성분을 끼워넣는다'라는 주장의 특성상 해석이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게다가 당대 학계는 식민사학을 벗어난다는 강박에 따라 무조건적으로 일본의 영향력을 줄이려 했습니다.

이러한 주장도 식민사학을 타파한다는 일념 하에 신묘년조를 기계적으로 해석하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죠.

당연히 일본 학계의 반발도 계속되었고요.


그런데, 이후 신묘년조 담론의 국면이 완전 뒤집히는 파란이 일어납니다.

그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오늘의 역사 잡지식 1 : 서동요와 선화공주] https://orbi.kr/00037641895

[오늘의 역사 잡지식 2 : 축성의 달인 가토 기요마사] https://orbi.kr/00037667479

[오늘의 역사 잡지식 3 : 진평왕의 원대한 꿈] https://orbi.kr/00037964036

[오늘의 역사 잡지식 4 : 신항로 개척과 임진왜란] https://orbi.kr/00038174584

[오늘의 역사 잡지식 5 : 라스카사스 - 반식민운동과 노예 장려] https://orbi.kr/00038777847

[오늘의 역사 잡지식 6 : 동방의 예루살렘, 한국의 모스크바] https://orbi.kr/000393537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7 : 마라톤 전투의 뒷이야기] https://orbi.kr/00039446583

[오늘의 역사 잡지식 8 : 투트모세 4세의 스핑크스 발굴] https://orbi.kr/00039547389

[오늘의 역사 잡지식 9 : 천관우-한국사학계의 먼치킨] https://orbi.kr/0003956282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0 : 연천 전곡리 유적] https://orbi.kr/000397167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11 : 고대 문자의 보존] https://orbi.kr/00039737161

[오늘의 역사 잡지식 12 : 쿠릴타이=만장일치?] https://orbi.kr/00039810673

[오늘의 역사 잡지식 13 : 러시아의 대머리 징크스] https://orbi.kr/00039858565

[오늘의 역사 잡지식 14 : 데카르트를 죽음으로 이끈 여왕] https://orbi.kr/0003992866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5 : 권력욕의 화신 위안스카이] https://orbi.kr/000400432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16 : 간단한 기년법 정리] https://orbi.kr/00040188677

[오늘의 역사 잡지식 17 : 4대 문명이라는 허상?] https://orbi.kr/000402095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18 : 토머스 제퍼슨의 토루 발굴] https://orbi.kr/00040310400

[오늘의 역사 잡지식 19 : 그들이 생각한 흑사병의 원인] https://orbi.kr/00040332776

[오늘의 역사 잡지식 20 : 홍무제랑 이성계 사돈 될 뻔한 썰] https://orbi.kr/00040410602

[오늘의 역사 잡지식 21 : 영정법의 실효성] https://orbi.kr/00040475139

[오늘의 역사 잡지식 22 : 상상도 못한 이유로 종결된 병자호란] https://orbi.kr/00040477593

[오늘의 역사 잡지식 23 : 상나라의 청동 기술] https://orbi.kr/00040567409

[오늘의 역사 잡지식 24 : 삼년산성의 우주방어] https://orbi.kr/00040800841

[오늘의 역사 잡지식 25 : 익산이 백제의 수도?] https://orbi.kr/00040823486

[오늘의 역사 잡지식 26 : who is 소쌍] https://orbi.kr/00040830251

[오늘의 역사 잡지식 27 : 석촌동의 지명 유래] https://orbi.kr/00040841097

[오늘의 역사 잡지식 28 : 광개토왕비(1) 재발견] https://orbi.kr/000408747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29 : 광개토왕비(2) 신묘년조 발견] https://orbi.kr/00040947507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