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욕해주세요(한탄글)
고등학교 시절엔 눈은 높아 학벌주의에 찌들었지만,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고 잘하지도 않았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너무 좋았고 공부를 하러 학교 자습실에 가도 친구들과 놀기만 했던 것 같다.
그렇게 공부를 하는둥마는둥 하던 때,논술이란 제도를 알게 되면서 논술이 내 성적으로 갈 수 없는 대학을 보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논술 공부와 수능 최저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열심히 했었다.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현역 첫 수능을 봤고 결과는 대폭망. 논술 최저는 단 하나도 맞추지 못했고 난 그 충격에 빠져 최저 없는 논술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보러갔다. 결과는 6광탈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다. 공부는 드럽게 못하지만, 명문대에 갈 것이라는 이상한 확신이 있었다. 그리하여 수능 전에도 정시 성적으론 가지도 못하는 대학인 건대를 보내줘도 안간다는 망언을 하고 다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정시 기간이 되었고, 난 멘탈이 박살났기에 부모님이 쓰라는 서울에 있는 전문대 몇 곳을 썼다. 이때도 정신을 못차렸기에 가나다군은 고려대 성균관대 중앙대를 썼다. 결과는 당연히 전문대만 붙었다.
이때까지도 내가 명문대를 못간다는 것이 실감이 안났다. 내가 체감을 하기 시작한 건 입학식 날이었다. 친한 친구 중 대학을 간 친구들은 모두 인서울 명문대를 다니고 그 학교에서 입학식을 치뤘다. 그때문이었을까 입학식 날 실감을 함과 동시에 엄청난 비교와 자기비관으로 안그래도 입시 실패로 상처받은 내 마음을 스스로 더 후벼팠다.
이런 나날을 보내던 도중, 이렇게는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수능을 한번 더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부모님은 편입을 권유하셨지만 이 학교에서 2년이상을 다닐 수 없었다. 나는 강하게 주장했고 결국 4월 쯤 재수를 시작했다.
초반은 누구나 그렇듯 열심히 했다. 하지만 작년 입시로 인해 상한 몸과 마음이 아직 다 낫지 않아서 일까 아님 내 머리의 한계인 것일까 내 의지의 박약인 걸까 6모가 끝나고 공부가 안됐다. 국어,영어,수학 강의도 튕기고 글도 안 읽혔다. 이렇게 되자 난 그나마 내가 제일 자신있는 사탐을 했다. 하지만 탐구도 튕기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난 멘탈이 터졌다.
하지만 쉬는 것이 두려웠던 재수생이었기에 편안히 쉴 순 없었다. 그냥 이상태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공부를 했고 이 상태로 수능을 봤다. 수능이 끝나고 가채점은 하지 않았고 논술을 보러 다녔다. 그리고 수능성적 통지날 작년 성적에서 탐구만 소폭 상승한 결과를 얻었다. 억울했다. 기가 찼다. 작년보다 몇배로 열심히 했는데 사설에선 1~2등급을 계속 찍었는데 왜 수능만 역대급으로 망치는 걸까, 답답했다.
성적표를 받은 난 논술 최저를 단 하나도 맞추지 못했음에 멘탈이 터졌지만, 유일한 최저없는 논술인 연대에 기대보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연대 논술을 떨어졌다. 현타가 세게 몰려옴과 동시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걍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부터 왜이럴까 라는 생각까지
많은 생각을 했지만 얻은 결론은 초라하다. 난 그냥 수능에선 성공할 수가 없나보다. 행복해질 수 없나보다. 노예가 마님에게 마음을 품어도 품기만 할 수 있을 뿐 가질 순 없는 것처럼 나와 명문대가 딱 그런 관계인 것 같다. 솔직히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더 좋은 머리를 물려주셨더라면 더 많은 지원을 해주셨더라면 하고, 하지만 이 생각은 곧장 접기로 했다. 나를 위해 희생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볼때마다 가슴이 미어졌기에. 그냥 내가 병신인거다. 그랬기 때문에 실패한거다. 난 어짜피 안될 놈이었으니까
이젠 수능판을 떠나려한다. 난 재능없는 병신이니까. 3수를 하고 싶지만 무섭다. 버틸 몸과 정신,마음도 남아있지 않다. 부모님에게 3수를 부탁하기 미안하기도 하다. 그리고 수능으로 성공할 수 있을거란 자신감도 없다. 이제야 깨닫건데 수능은 명문대에 가지 못한 내가 부리는 객기에 불과했고 현실도피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이젠 이 객기와 현실도피를 멈추고자 한다. 장미를 움켜쥘 때도 아픔을 느끼지만 장미를 내려놓을때도 손에 박힌 가시가 빠지면서 아픔을 느낀다. 수능이란 예뻐보이는 장미는 시작할때도, 과정중에도 아픔을 안겨주고, 내려놓는 마무리에서조차 아픔을 안겨준다. 이는 장미의 아픔을 알면서도 예쁨에 현혹되어 무리하게 꽃을 잡은 내가 받는 벌로 생각하고 아픔을 받아드리려 한다.
누군간 수능이 그정도냐고 말할 수 있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명문대에게 목말랐던 나에게. 하지만 태어난 신분을 극복 못하는 노예처럼 난 명문대에 갈 수 없는 태생인가보다. 그럼 그 태생을 인정하고 맞춰사는게 세상의 이치겠지. 이젠 이 이치에 맞춰 조용히 살아가야겠다.
p.s) 글 쓰는데도 엄청난 재능이 필요함을 느꼈다. 난 재능이 없어 쓰면서도 애를 먹었고 잘 쓰지도 못한거 같다. 하지만 글 말고 한탄의 일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 글이 이상해도 많은 이해 부탁드려요. 스스로에게 한탄하는 글이라 내용이 좀 무겁습니다. 그냥 이렇게라도 하면 마음이 좀 편해질까 하는 마음에 글을 써봤습니다. 과도한 욕설은 자제 부탁드려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경제학과 갈건데 미적만해서 확통 좀 하고 들어가야 할 것 같은디
-
걍 입합처 연락해서 붙여주지 마시고 다음분으로 넘겨주세요 하면. 되자나
-
거울로 입안에볼때 훤히보이는정도인데 안아팟으면..
-
삼수할 생각인데 과탐(생1,지1)은 그대로 할거같은데 수학을 미적에서 확통으로...
-
4의규칙 미적분 5일컷함 그럼 이론상 한달에 6권 6모까지 미적 n제 36권 풀고...
-
예비 2인데 돌겠죠?? ㅠ
-
vs 그냥 알리오올리오 먹기
-
저는 연세대~인하대,아주대까지는 다 같은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1
다 사회와 현실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어요
-
전남대 vs 조선대 vs 원광대 셋 다 붙으면 어디감
-
https://orbi.kr/00070557878 7000원 상품권 뿌리는데 나도...
-
민트테 이상 말고 있음? 아 갑자기 자살 마렵네
-
사실 집에있는 접은취미들만 정리해도 80~100 나올텐데 15
근데 하나에 2~8정도 하니까... 개같이 나가야할듯..
-
부탁입니다 한번 만 빠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거 하나밖에 안남아서 이거 떨어지면...
-
현여기라 잘 모르는데요 1. 작년 서울대 진학사 분위기 (짜다/ 널널했다...머...
-
이정도면 한양대 스나 표본분석해서 노려볼만한가요? 15
지금 진학사에는 5칸짜리도 있긴 한데 대체로 3칸이에요 4칸도 몇 개 있고 재학중인...
-
잇올 환급 0
잇올 업키로 다녔었는데 환급신청 어케하나요??
-
분석 대상자는 88명에 5칸은 22명정도 되는데 그중에 제가 1등이예요 과는 자전에...
-
❗️중요❗️이번 주말에 일일투데이가 가장 높은 분께 17
이 글이 메인 올라갈 시 7000원 베스킨라빈스 상품권 드립니다 원래는...
-
뿌우우우뿌우웅ㅇ뿌직 으응 뿌우우웅
-
마플이거좋음?
-
로스쿨 지망하고 있습니다.. 나이로는 현역인데 자퇴하고 재수해서 재수 서성한ㄷ삼수...
-
2년째 눈팅&잡글 쓰는 중인데 아직도 어케 친해지는지 모르겠음ㅇㅇ
-
그건 바로 지금 번장 등 중고거래를 이용하는 것.. 수능 끝난 직후에 자료 미친듯이...
-
1. 봉사만 하면 됨? 따로 서류 제출할거 있나 2. 봉사 앤간한데서 다 인정해줌?...
-
연원의 11
논술 3관왕 혹시 논술 관련해서 글 쓰면 보실 분들 계실까요?
-
혹시 여기서 예비 1번이나 2번으로 떨어진 분 계신가요…? 7
제가 지금 그렇게 될 것 같은데 지금 눈에 아무것도 안뵈이는게 정상인가요? 그냥...
-
아 제발 2
여기 붙여주면 진짜 수능 그만볼게 제발 ㅋㅋ
-
쿠팡뛰면돼.. 그러면돼..
-
으앙아ㅓ어ㅓㄷ뷰부누ㅜ
-
송곳니 장학회 제 3기 장학생 선발 공고 마태복음 22:37-40 예수께서 이르시되...
-
건대도 이화여대 반도체 4년장학이랑 고민하고 특히 중대는 서성한 높공 다 패스하고...
-
동덕 성신 9
이 시국에 넣는 거 너무 위험?
-
얼마만에 먹어보는 감자칩이냐..
-
깡촌까진 아니고 지방인데 동네에 유일하게 잇올 뺨치는 관리형 독서실이 있어요...
-
생윤 한정 베스트 기출문제집 그런건가요? 아니면 인강이 따로 있는건가요? 사문은 현돌 없나요?
-
국어 과외 질문 3
하는 분들 있으신가요 23수능 언매 백분위98 받았었는데 편의점 알바 하다가 좀...
-
ㅈㄱㄴ
-
너무 고민되네요... 경희대 가려면 통학 2시간이라 기숙사 가야하고 홍대는 버스로...
-
붙는 사람은 다른 곳도 보통 붙나요? 15명 뽑는데 예비 5번 받았는데.. 가능성 있을까요ㅠ
-
지하철에서소리지르는사람 12
쉽지않네
-
ㅈㄱㄴ
-
필수이론 듣고 기출은 듣는게 좋겠죠???
-
나보다 점수 높이 받은 얘가 예비 7번이네 계산 기준이 뭐야 도대체
-
655 4
5도 합격할 가능성이 있음?
-
미적분사탐 선택한 학생입니다. 화학과 가고 싶은데 이중 해야하는 과목이 뭔가요?...
-
쨔스
-
25 수능 미적분 원점수 88 (28번 찍맞) 받았습니다.내년에 반수하려고 하는데...
-
장르 불문 ㄱㄱ
-
아니지않나... 치킨한마리줘도 십만원 남지않나..
-
둘 다 붙었는데 어디갈까여..??원래 닥한림인데 의평원 생각하면 고민... 근데 또...
감사합니다
명문대 어차피 가도 별거 없어요 오히려 이렇게 상처를 토대로 자기이야기를 할수있는 님이 더 가치있고 지금 살아가는 현실부터 바꿔보자 하면 돼요.긴글 잘 읽었습니다. 지금부터 미래의 멋진 나를 상상하면서 하나하나 바꿔봐요
감사합니다. 노력해보겠습니다
저는 수능 무효돼서 강제 삼수했거든요? 재수 땐 독재 다니면서 했는데, 멘탈도 안 좋고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 해서 삼수는 알바로 생활비 교육비 알아서 해결하고 독서실 다니면서 했는데 성적 많이 올랐어요. 현역 3-4등급 재수 3-4등급 올해 중대 이상 쓸 예정입니다. 학교 맘에 안 들면 적응도 못하고 우울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더라고요. 올해 열심히 하셨다면 삼수 때 알바하면서 쉬엄쉬엄 해도 분명 든든한 뒷배가 되어 있을 겁니다. 물론 멈추셔도 돼요. 대신 사람 많은 데서 알바는 꼭 하시길 바라요. 얼마나 세상이 넓고, 명문대생이 적고, 수능 등급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알게 해 주거든요.
부모님의 반대는 없으셨나요?
네 전적대는 자퇴했고 수능은 무효이니.. 대학은 가야 한다 생각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