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대회 재업] 전쟁사 이야기 35편 - 마지노선과 요새
예전에 전쟁사와 학습 관련된 칼럼이 묻혀서 아쉬웠던 글로 한편 칼럼대회 참가해봅니다.
이번 시간에는 2차 세계대전 중에서 프랑스가 홀라당 초반에 광탈당한 이야기를 다룰 것입니다. 여태 전쟁사를 다루면서 보통 2차 세계대전 중에서 미국과 일본이 태평양에서 패권을 둔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이번에는 다소 생소한 '서부전선'에 대해 설명해볼까 합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는 독일에게 정말 충격적으로 빠르게 함락당하고 맙니다. 당시 프랑스의 육군력은 세계 1위였습니다. 미국은 아직 본격적인 전쟁을 위한 준비가 부족한 상태였고, 프랑스는 영국과 함께 프랑스 땅 위에서 독일군과 끔찍한 전쟁을 치른 바 있습니다.
때문에 프랑스는 이후 벌어질 수도 있는 전쟁을 위해 나름의 회심의 카드를 준비합니다. 그것이 바로 유명한 '마지노 선' 입니다. 마지노 선에는 프랑스의 자본이 매우 많이 투입되었을 뿐만 아니라, 요새가 포위당하더라도 오랫동안 자급자족 하면서, 다양한 적의 공격에 방어할 수 있는 매우 견고한 방어선이었습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1778775
(개미굴마냥 아주 깊숙하고 여러가지 지하시설을 갖춘 마지노선은 내부에 자체적인 병원, 식당, 침실 등을 구비하였으며 지상으로는 견고하게 지어진 요새와 대포들로 무장해 있었습니다. 당시 프랑스의 첨단 기술이 들어간 걸작입니다만....
https://m.blog.daum.net/pzkpfw3485/2247844)
마지노 선을 제외하더라도 프랑스 군은 독일군에 비해서 앞서 있었습니다. 독일은 1차 세계대전 패퇴 이후 베르사유 조약에 묶여 오랫동안 군사 기술 개발에 제약을 받았고, 트랙터 위에다가 천을 달아서 전차 모형으로 만들고 훈련하는 등 열악한 상태였습니다.
히틀러가 집권하고 베르사유 조약 폐기를 선언하고 급격하게 군수 공장을 건설하고 대대적인 군비 확충에 집중했으나, 당시 독일군 내부에서조차 제대로 된 전쟁은 1944년은 되어야 가능하다고 비관할 정도로 독일군은 상상과는 달리 약했습니다.
반대로 프랑스는 세계 1위의 육군력에 마지노 선이 있었고, 세계 1위의 해군력으로 유명한 영국과도 동맹을 맺고 있었으며 소소하게 벨기에, 네덜란드 등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위치한 국가들과도 협력 관계였습니다. 그러니까 상식적인 판단을 하자면, 독일군은 2차 세계대전은 커녕 프랑스와의 단독적인 전쟁에서도 져야 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 당당하게 입성하는 독일 군악대. 1차 세계대전에 꿈꿨던 독일의 야망이 아주 갑작스럽고 모두에게 충격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https://namu.wiki/w/%ED%94%84%EB%9E%91%EC%8A%A4%20%EC%B9%A8%EA%B3%B5)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각 국가가 동맹국과 추축국으로 묶여서 서로에게 선전포고를 했으나, 어느 한 곳도 섣불리 병력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서로의 눈치만 보면서 전쟁 상태이긴 했었으나 물리적인 충돌이 전혀 없었던 이 때를 '가짜전쟁' 시기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1940년, 독일군은 아주 과감하게 모험을 시도합니다. 어차피 독일군의 전력은 프랑스보다 약했고, 마지노선을 성공적으로 뚫는다 한들 그 과정에서 소모된 군대로는 프랑스 군과의 정면 대결이 어려우리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독일군은 마지노선을 피해서, 네덜란드 벨기에 방면에서 프랑스를 향한 침공을 개시합니다.
이 정도는 프랑스나 영국도 예상하던 바였고, 프랑스 북부에 주둔하던 영국군과 프랑스군은 즉각 네덜란드, 벨기에 군과 합류하여 독일군에 대응하기 위해 벨기에 깊숙히 진군합니다. 이런 양상은 1차 세계대전 초반 독일군이 빠르게 프랑스 쪽을 벨기에 방면으로 우회하여 수도를 점령하고 신속히 전쟁을 끝낸다는 '슐리펜 계획'과 아주 유사했죠.
그런데 여기서 아주 결정적인 2가지 요소가 독일군에게 큰 행운으로 다가옵니다. 첫 번째로, 프랑스 군은 '매우 지나치게' 마지노 선에 군대 주력을 배치시켜 놨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가 직접적인 전장이 되어 국토가 황폐해지고 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절대로 프랑스 영토를 내어줄 수 없다는 의지가 변질되어 마지노 선은 방어선이 아니라 지켜야 하는 그 무언가로 주객전도가 되어버린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강력한 병력을 가지고도 벨기에 방면에 많은 투자를 하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로, 프랑스가 전혀 상상하지 못하던 곳으로 독일군이 밀고 들어오면서 영,프,벨 연합군이 단절되고 맙니다. 프랑스와 벨기에 사이에는 아주 울창한 숲인 '아르덴 숲'이 있는데, 이 곳의 숲이 아주 울창하여 쉽사리 대규모의 군대를 움직일 수 없는 지형이었습니다. 때문에 방어하는 프랑스 입장에서도 굳이 이 숲 근처에 방어부대를 많이 배치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독일군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당시에는 아주 기초적인 수준이었지만 전차를 대규모로 동원하여 이 아르덴 숲을 말그대로 그냥 뚫고 밀려 들어옵니다. 분명 길이 없기에 대규모 부대가 통과할 수 없는 장애물이지만, 이 울창한 숲을 무식하게 전차와 군홧발로 밀어버리고 프랑스로 진격해옵니다.
(바로 사진의 2번이 세계를 놀라게 한 독일군의 기동전이었습니다. 아르덴 숲에서 튀어나온 독일군은 마지노 선의 프랑스 주력군과, 벨기에 방면의 영국, 프랑스, 벨기에 연합군을 단절시켰습니다
https://theqoo.net/produce48/770156309)
만약 어쩌면 이때까지는 아직 전쟁의 성패가 갈리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독일조차 처음으로 시도한 전략이었고 내부에서도 반대가 많을 정도로 불신받았습니다. 독일군이 기습적으로 튀어나왔지만, 이때 프랑스 군이 마지노 선의 주력을 빠르게 재배치하여 독일군을 막으러 가거나, 독일군이 조금만 속도를 느리게 했어도 전쟁은 프랑스의 승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독일군 전차의 움직임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고 매우 신속하게 기동하였습니다. 때문에 뒤늦게 독일을 막기 위해 방어선을 짜던 부대들은 적의 빠른 진격에 함락되었으며, 마지노 선에 묶인 프랑스 주력은 아직도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끝도 없이 진격하여 프랑스 북부 해안까지 닿은 독일군은, 벨기에 방면에 포위된 30만명이 넘는 연합군에게 거세게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프랑스 군과 벨기에 군이 전사, 항복하였고 덩케르크라는 작은 항구로 영국군과 소수의 연합군이 허겁지겁 무기도 버리고 배타고 튀어버립니다. 이 부분을 다룬 영화가 <덩케르크>인데 시청을 추천합니다.
(독일군이 굉장한 속도로 프랑스 해안가까지 도착하고, 벨기에 쪽에 잔류하던 연합군은 독안에 든 생쥐가 되었습니다. 이들은 독일군의 대대적인 공세에 밀려 해안가까지 밀려났고, 덩케르크에서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채 도주합니다. 이 전투 이후 이제 독일군과 프랑스 군의 병력 숫자는 역전이 되어버렸고, 파죽지세로 공격한 독일군은 파리를 점령해버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6UrLDiTLvU&ab_channel=Eastory)
이렇게 하여 당시 세계 1위 규모의 강력한 육군을 보유하던 프랑스는 단 6주 만에 독일군에게 거의 공짜로 넘겨지다시피 패망합니다. 아, 그럼 그러는 동안 마지노 선에 진주해있던 프랑스의 강력한 주력은 뭘 했냐고요? 제대로 적의 이동에 대처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짱박혀 있다가 마지노 선 자체도 마찬가지로 포위당하고, 결국은 손쉽게 함락당합니다.
세계 2차 대전 초반에 서부전선에서 프랑스 군이 6주만에 패망한 것을 굉장히 짧게 요약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마지노 선' 입니다.
여러분, 비싸고 많은 돈과 인력, 시간을 들여서 요새를 단단히 만드는 이유가 뭘까요? 당연히 적에게 자랑하려고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튼튼히 지은 요새는 적은 병력으로도 적의 대규모 공세를 막아내거나 지연시키는 효과를 가집니다.
적의 주력은 빠르게 밀고 들어가서 무언가를 해야하는데, 튼튼하게 지어진 요새에 정면으로 부딪혀서 시간이 끌리거나 혹은 손실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순간, 요새 뒤에 대기하고 있거나 다른 방향에서 신속히 기동한 적군에 의해서 거꾸로 포위당하고 박살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요새의 의의는 최소한의 병력으로 최대한의 병력을 막으면서, 요새에 의해 대체된 많은 병력을 유연하게 다른 요충지로 움직여서 적을 상대로 이득을 본다는 것입니다.
(벨기에 방면이 아닌 오히려 마지노 선 쪽에 빼곡하고 촘촘히 배치된 프랑스 군 주력을 이 사진만 보아도 손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마지노 선에 투입된 병사들은 군대 중에서도 정예를 중심으로 모집해 갔기에, 같은 숫자로 비교해서도 다른 지역을 방어하던 군대보다 더 강력하다는 역설이 발생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6UrLDiTLvU&ab_channel=Eastory)
그러나 프랑스는 어떠하였습니까? 그야말로 주객전도의 극치로, 오히려 프랑스 주력이 마지노 선에 대부분 배치되어 프랑스 후방에는 충분한, 강력한 예비대가 부재하였으며 결국 이는 빠른 독일군의 진격에 무너지고 후방이 교란, 결국 상당한 부대가 포위당하여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항복합니다.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주객전도'라는 말이 제일 싫고, 특히 수험생에게는 끔찍한 말이라고. 수험생이야 말로 이런 주객전도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매우 큽니다.
예컨데 공부 시간을 들어봅시다. 제가 여태 본 학생 중 상당한 학생은 자신이 자신이 있는 과목의 공부에만 시간을 쏟고, 오히려 부족한 과목은 아예 포기하거나 공부를 안하는, 쉽게 말해서 현실도피를 하는 수험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수험생은, 만약 자신의 주력 과목에 들어가는 시간의 조금을 덜어내어 취약한 곳에 투자했다면, 오히려 약한 과목에서 적당한 성적을 받고 전체적으로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정말 잘하는 과목, 자신있는 과목이 있다면 완전히 공부를 포기하지는 않되, 최대한 공부 시간을 다른 취약점에 투자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거의 무조건 영어가 1등급이 나왔기에, 학원 수업 시간의 영어 수업에만 열심히 하고 나머지 자습 시간에는 영어 공부를 절대 안했습니다. 제가 평소에 매우 어렵게 여기던 수학과 과학에 크게 집중했죠.
그 결과 잘하던 영어는 그냥 잘하던 대로 1등급을 받았고, 못하던 수학은 5등급이 1등급이 되었습니다. 제가 만약 영어에 자신있다는 이유로 영어에만 집착하고 수학을 완전히 포기했다면, 위에 설명한 프랑스처럼 성적이 폭망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전쟁에서 '요새'의 역할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하게, 여러분이 잘하는 과목과 잘 못하는 과목에 대해서도 두려움과 자신감은 과감히 내려두고,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시간 배분을 하실 줄 알아야 합니다. 프랑스 군처럼 무식하게 주력을 마지노 선에 집중하는 어이없는 짓은 하면 안됩니다.
주객전도를 꼭 조심하십시오. 그리고 현실에서 도피하려 하지 마십시오. 성적은 정직한 자에게만 보상하는 법입니다. 전쟁사도 그렇고요.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https://orbi.kr/00025121266 - 13편 인적자원과 교육
https://orbi.kr/00025579054- 14편 설계사상
https://orbi.kr/00026239605 - 15편 독소전쟁
https://orbi.kr/00026862509 - 16편 목적과 효율
https://orbi.kr/00027274206 - 17편 현대전의 발전 양상
https://orbi.kr/00027336409 - 번외편 항공모함 시대의 도래
https://orbi.kr/00027382337 - 18편 러일전쟁
https://orbi.kr/00027503697 - 번외편 기만과 속임수
https://orbi.kr/00027559260 - 번외편 MHRD
https://orbi.kr/00027622118 - 번외편 미래의 전쟁
https://orbi.kr/00027786178 - 19편 의료전선
https://orbi.kr/00028148901 - 20편 중립과 군사력
https://orbi.kr/00028250151 - 21편 장전과 방아쇠
https://orbi.kr/00028339193 - 번외편 음식
https://orbi.kr/00028397136 - 번외편 잠수함
https://orbi.kr/00028594440 - 22편 단순함과 효율
https://orbi.kr/00028616772 - 23편 준비
https://orbi.kr/00028633462 - 번외편 기업가정신
https://orbi.kr/00028751436 - 번외편 단수와 보급
https://orbi.kr/00028918449 - 24편 자율성과 민주주의
https://orbi.kr/00028929569 - 25편 경험과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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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29459571 - 번외편 인디아나폴리스 침몰사건
https://orbi.kr/00030326474 - 27편 낙엽이 지기 전에
https://orbi.kr/00031115960 - 28편 늑대떼와 양떼
https://orbi.kr/00031424411 - 29편 불공평하다
https://orbi.kr/00031680019 - 30편 명분과 세계관, 그리고 편견 (1)
https://orbi.kr/00031924410 - 31편 명분과 세계관, 그리고 편견 (2)
https://orbi.kr/00032009629 - 32편 명분과 세계관, 그리고 편견 (3)
https://orbi.kr/00032048830 - 번외편 미래전
https://orbi.kr/00032500068 - 33편 실험과 도전
https://orbi.kr/00032718240 - 특집 최선의 응전
https://orbi.kr/00033073626 - 21세기의 이순신, 손원일 제독과 대한해협 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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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19535671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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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https://orbi.kr/00030479765 - 7편
https://orbi.kr/00033799441 - 8편
삼국지 이야기
https://orbi.kr/00024250945 - 1편 일관성과 신념
0 XDK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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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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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과학이라고 봐야할까요? ㅋㅋ